'시상식의 약속' 지킨 박병호 'MVP의 책임감'

19일 목동 LG전 '시즌 40호 홈런' 작렬

'홈런왕' 박병호(28, 넥센)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포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켰다. 한국 프로야구에 4년 만의 40홈런 타자의 탄생을 알렸다.

박병호는 1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 홈 경기에서 1회 선제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2사 3루에서 상대 선발 류제국의 5구째 시속 143km 낮은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 너머 폴대 안쪽으로 타구를 날렸다.

시즌 40호째다. 지난 15일 목동 두산전에서 38, 39호 연타석 아치를 그린 뒤 4일, 2경기 만의 한방이다.

역대 14번째이자 국내 선수로는 6번째 40홈런이다. 1992년 장종훈 한화 코치가 41개로 40홈런 시대를 최초로 열어젖힌 이후 타이론 우즈(당시 OB)가 1998년(42개), 이승엽(삼성)이 1999년(54개)과 2003년(56개), 박경완 SK 2군 감독 등이 현대 시절이던 2000년(40개) 이어갔다.

박병호는 2010년 이대호(소프트뱅크)가 롯데 시절 세운 44홈런 이후 4년 만에 고지를 밟았다. 3년 연속 홈런왕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이었다.


▲"예전 이승엽 선배처럼 홈런 열풍 일으키겠다"

특히 자신은 물론 팬들에게 공언했던 약속을 지켜내 더 값졌다. 지난해 11월 4일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던 다짐이었다.

당시 박병호는 2년 연속 MVP에 오른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홈런이 줄어 재미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대호 이후 홈런왕은 모두 40개를 넘지 못했다.

2011년 최형우(삼성)이 30개에 그쳤고, 이후 2년 연속 박병호가 31개, 37개를 기록했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한 이후 대형 스타가 사라졌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2년 연속 홈런-타점왕과 함께 MVP까지 오른 박병호가 무심히 들어넘길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에 박병호는 "내년에는 40홈런 이상은 쳐서 예전 이승엽 선배의 잠자리채 열풍이 일도록 해보겠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2003년 이승엽이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날릴 당시처럼 야구 열기를 이끌어보겠다는 뜻이었다.

▲'갯수보다 괴력!' 장외 홈런만 5개

그 다짐대로 박병호는 올해 홈런 신드롬을 일으켰다. 2년 연속 홈런킹에 대한 집중 견제에도 단독 1위를 질주했다. 4월 6홈런으로 출발한 박병호는 5월에만 14개를 몰아치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2003년 이승엽, 심정수(은퇴, 53개) 이후 11년 만의 50홈런 페이스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에도 박병호의 괴력은 독보적이었다. 특히 올해만 장외 홈런을 5개나 몰아쳤다. 단순히 갯수뿐이 아니라 비거리에서도 압도적이었다. 지난 15일에도 박병호는 목동구장 전광판을 넘기는 145m 초대형 아치를 터뜨렸다. 평균 비거리 127.1m로 이른바 타 구장에 비해 홈런이 많이 나온다는 '목동 탁구장' 논란도 불식시키고 있다.

사실 박병호는 6월 9개, 7월 4개로 홈런 페이스가 주춤했다. 이승엽의 신기록은 물론 50홈런도 힘들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일었다. 엄청난 관심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그 사이 팀 동료 강정호(35홈런)가 꾸준하게 추격해와 3년 연속 홈런왕도 불안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8월 들어 다시 힘을 냈다. 이날까지 7개를 몰아치며 40홈런 고지에도 올랐다. 이날까지 박병호는 102경기를 치렀다. 이승엽의 기록은 어렵지만 산술적으로 올 시즌 128경기에서 50개까지도 가능하다.

경기 후 박병호는 "지난해 시상식 때 말했던 40홈런을 이뤄내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그러나 팀이 졌기에 웃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넥센은 박병호의 홈런에도 5-7 패배를 안았다. 이어 "50홈런을 말하기보다 팀 순위에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홈런 타자의 존재감과 책임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나가고 있는 박병호. 과연 11년 만의 50홈런 고지도 정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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