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책임있는 정부 풍자
-풍자에 채찍을? 독재시대인가
- DJ, 노무현 전 대통령도 풍자 가능
<'세월오월' 반대측>
-세태 풍자? 그런데 왜 대통령 비난?
-정권비판도 아닌 反정권 그림일 뿐
-표현의 자유? 예술 순수성 훼손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홍성민 (작품 철거한 화백), 이중희 (계명대 교수, 영남미술학회 회장)
2014 광주비엔날레가 지금 논란에 휩싸이면서 파행 직전으로 가고 있습니다. 논란을 촉발시킨 건 바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이라는 그림인데요. 그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5·18 당시에 주먹밥 나눠주던 5월 어머니들이 세월호를 들어 올려서 아이들을 구조하는 그림이 가운데 있는데요, 문제는 그림 한 켠에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조종 당하는, 허수아비로 묘사가 돼 있는 부분입니다. 이 표현이 문제가 되자 홍성담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 얼굴 대신에 닭을 그려 넣었는데, 결국 논란은 더 커지면서 이 그림의 전시가 유보됐습니다.
그러자 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면서 자신들의 그림도 철수시켰고요, 비엔날레의 대표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광주시는 다음 달 토론을 통해서 철수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냐, 명예 훼손이냐. 예술계 내에서도 의견은 갈리는데요. 먼저 홍성담 화백 그림의 전시 유보에 반발하면서 함께 작품을 철수한 분이세요. 홍성민 화백 연결해 보겠습니다. 홍 화백님, 안녕하세요?
◆ 홍성민> 안녕하세요.
◇ 김현정> 보니까 홍성담 화백의 친동생이시네요?
◆ 홍성민> 예,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누구보다 이 그림의 취지를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작가는 '세월오월'이라는 그림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 홍성민> 80년 광주의 시민군과 주먹밥 여성이 세월호를 들어 올려서 이번에 참사를 당한 시민, 학생들을 구출한다는 그런 내용을 담아내면서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림이 되겠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림의 한쪽 왼편에, 조종당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그려 넣은 부분. 그 부분이 문제가 된 건데요. 이건 어떤 의도였을까요?
◆ 홍성민> 특히 세월호의 침몰을 우리 사회의 부패한 개혁과 그리고 관료들의 문제, 무능력한 정부와 결합된 국가 폭력에 대한 학살사건으로 규정하면서 현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을 드러내고자 허수아비로 형상화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비엔날레 측이 얼굴을 직접적으로 그린 부분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문제를 삼으면서 그걸 홍 화백이 수정하셨는데요. 닭 그림으로 바꾸셨어요?
◆ 홍성민> 그림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행정관료들이 큐레이터를 통해서 계속 수정을 요구했고요. 시의 행정관료들이 예술가를 마냥 갑을관계로 보는 폐해가 아주 심각합니다.처음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너무 실질적인 초상이어서 문제가 된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놓고 이쪽에서 저희들이 회의를 거듭했는데요. 그 얼굴 초상을 하얗게 칠해 놓을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닭 그림으로 (그릴 것이냐)...
◇ 김현정> 굳이 닭을 생각하신 건 왜 그럴까요?
◆ 홍성민> 아주 중첩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데요. 저희들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라는 민주주의에 대한 민중상을 생각했고요. 또 그 그림에 맞는 것 같기도 해서요. 그러니까 정반대의 해석이 되는 그런 형상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게 시중에서 얘기하는 어떤 별명이라든지 이런 걸 생각해서 조롱의 의미로 바꾼 게 아니라, 관행적으로 많이 말에 빗대서 민주주의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란 말씀이세요?
◆ 홍성민> 네, 그렇죠. 그 형상을 자세히 보면 닭을 이렇게 비틀고 양쪽 날개, 손 쪽을 잡고 통닭구이 하는 그런 형상으로 해석이 됩니다.
◇ 김현정> 해석은 자유롭게 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린 사람의 의도는 그것이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홍성민> 그렇죠.
◇ 김현정> 하지만 과연 이것이 표현의 자유 영역에 있는 것이냐, 아니면 정치적 선동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냐. 지금 이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 홍성민> 부당한 국가 권력을 풍자하는 데에 있어서 명예훼손이라는 말 자체가 아주 어불성설입니다. 사실은 이것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권력에 대한 풍자 그림이 어디서나 자유롭게 전시될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 김현정> 권력에 대한 풍자가 자유롭게 허용되는 사회, 이것이 바람직하다. 즉 이것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홍성민> 당연하죠.
◇ 김현정> 그런데 비판하시는 분들은요. 예술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적인 순수성을 담보로 할 때만 가능하다, 정치적인 요소가 드러나면 본질을 벗어나게 된다,주장을 하시는데요?
◆ 홍성민> 예술가가 아무리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표현했어도 감상자는 예술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그 어느 것 하나 정치로부터 아주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웃자고 하는 풍자에 대해서 어떤 유머와 풍자로 대답하지 않고, 행정관료들이나 위에서 알아서 기듯이 지도하고 채찍을 들고. 이런 일은 봉건왕조시대나 유신독재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일각에서는 웃자고 하는 풍자라고 보기에는 그 묘사가 굉장히 직설적이고, 또 현존하는 인물이 자신의 이야기기 때문에 굉장히 명예 훼손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좀 지나친 풍자 아니냐. 웃자고 하는 풍자라고 하기엔 도를 넘은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하시던데요.
◆ 홍성민> 예를 들어서 조선시대에 혜원 신윤복이나 단원 김홍도 화가들이 양반사회와 관료들에 대한 풍자를 아주 적나라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유교시대에 아주 적나라하게요. 원래 풍자나 유머는 예술에 있어서 기득권 세력과 어떤 권력에 하는 겁니다.
◇ 김현정> 어떤 분들은 또 이렇게 반문하세요. 그럼 만약 어떤 미술가가 야당의 주요인사들, 진보 진영의 주요인사들. 예를 들면 문재인 의원이라든지 혹은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이런 분들을 이런 식으로 그리고 이건 풍자라고 한다면 그때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는가. 이 질문엔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 홍성민> 우리 사회가 좀 더 우리가 소망하는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을 정말로 자유롭게 용인하고 또 유머스럽게 받아들이고 넘겨야 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제가 앞에서 했던 질문. 즉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런 그림으로 비유해서 그릴지라도 그 작가의 취지가 풍자라고 한다면 그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다양성은 보장돼야 한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홍성민>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성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같은 예술계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도 있다고 제가 말씀드렸죠. '세월오월' 그림 전시에 반대하는 분 연결합니다. 영남미술학회 회장을 맡고 계세요. 계명대학교 이중희 교수 연결을 해 보죠. 이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이중희> 네.
◇ 김현정> 교수님은 이 '세월오월'이란 그림을 보고 어떤 느낌 받으신 건가요?
◆ 이중희> 제목은 세월오월인데 내용은 정권에 대한 비판, 혹은 반정권이란 느낌을 받으니까 제목과 그림 내용이 서로 이가 안 맞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세월호와 관련된 참사의 실상을 그린 거라고는 하지만, 정권 비판이 목적 아니냐, 이런 말씀이세요?
◆ 이중희> 그렇죠.
◇ 김현정> 정권 비판을 목적으로도 그림은 그릴 수 있지 않습니까?
◆ 이중희> 그런데 이 논의에서 중요한 건 본질인데요.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해운회사의 끝없는 금전 탐욕이라든가, 구조하는 해경들의 무능함이라든가, 전직 관료들이 거기에 관계해 직장에 들어간다든가. 그런 것에 본질이 있어요. 만약 그런 걸 풍자한다면 아무 관계가 없는 문제인데요. 이번 세월호 사건은 어느 정권에도 일어날 수 있는, 그 배는 반드시 넘어지게 돼 있는 배거든요. 그래서 그게 왜 현 정권과 정권의 핵심 인물들과 관계되는지, 그게 전혀 납득이 안 가죠.
◇ 김현정> 어떤 사회의 부조리를 상징적인 의미로, 정권의 인사들을 등장시켜서 풍자한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 이중희> 그건 작가의 변이고요. 제가 볼 때는 정권 비판도 아니에요, 반정권이고 이 정권이 싫다, 저는 그런 맥락으로 보이던데요.
◇ 김현정> 무조건 대통령이 싫다 보니까, 그것을 어떻게든 엮어서 그린 것 아니냐...
◆ 이중희> 정권이 싫다는 거예요.
◇ 김현정> 이것은 지금 대통령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지, 표현의 자유 영역이 아니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 이중희> 그러니까 예술은 작가의 표현의 순수성이 제일 키워드거든요. 중심어인데요. 그 사람들은 자꾸만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데, 표현의 자유도 무한대로 있는 게 아니거든요. 우선 남을 때려죽이자, 어떻게 하자, 전복시키자 그런 자유가 아니고요. 자유는 반드시 거기에 대한 도덕적이라든가 윤리적인 책임을 따라야 하는 문제인데요. 제가 볼 때는 예술을 논함에 있어서는 표현의 순수성이 지켜지느냐 마느냐, 그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앞서서 다른 화백께서는 유교시대, 조선시대에도 풍자는 있었다. 풍자의 기본은 그 당시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희롱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 풍자 그림 아니냐. 이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던데요?
◆ 이중희> 그 시대는 왕권이 절대적이었으니까 통치를 잘못할 때는 왕에게 화살이 날아갈 수 있죠. 그런데 이건 통치자 혹은 지배자가 잘못을 일으킨 건 아니니까요. 이번 세월호도 직접적으로 통치 권력이 작용했다고 하면 그건 연결되는 거죠. 왜냐하면 순수성에 그대로 연결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거는 전혀 무관한 문제에 정부를 등장시키니까 문제가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일각에서는 구조를 못한 책임의 정점으로 올라가다보면, 결국은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도의적인 책임이 가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보면서 그런 의미로 풍자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이중희> 구조를 잘못하는 건 정권이 잘못한 게 아니고요. 이 구조는, 어느 정권에서 일어나도 구조를 잘 못하게 돼 있습니다. 왜냐하면 해경 자체가 너무 부패돼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그 사람(홍 화백)은 자꾸 그런 식으로 몰아가고 일반인들도 그렇게 해석하려고 하는데요. 그러나 예술에 있어서는 그 순수성일까요. 제가 볼 때는 그 순수성이라면, 홍성담 작가는 민중 미술이잖아요. 그런데 이거는 민주도 아니고, 민중도 아니고...왜 정권으로 가는지.
◇ 김현정> 민주도 아니고, 민중도 아닌 정권만을 타깃으로 한 그림이기 때문에 이건 풍자의 영역으로 보기 어렵다는 말씀이시군요.
◆ 이중희> 그렇죠. 이해가 어렵죠.
◇ 김현정> 예를 들어서 야권의 인사 혹은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에 대해서도, 그 시절에도 비슷하게 그림을 그린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다양성으로 인정을 해 줘야 한다고 앞의 화백은 말씀하셨어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그때도 마찬가지로 안 된다?
◆ 이중희> 그러니까 그 의도를 합당화시키기 위해서는요. 표현의 자유를 빙자시키고 그다음에 정권의 문제를 빙자시켜서 정치적인 문제가 일어나... 만약에 이 그림을 어느 정치가가 그렸다면, 그건 정치적인 의도에서 자기가 그렸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사람은 정치가가 아니고 순수한 작가잖아요. 그럼 작가의 입장에서 봐야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남미술학회 회장 맡고 계신 계명대학교 이중희 교수까지 만나봤습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판단은 어느 쪽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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