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 美에 불만…"왜 쿠르드만 지원하나"

미국이 이라크에서 쿠르드군을 도와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에 나선 가운데 이라크 중앙정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IS가 수도 바그다드 코앞에서 공격을 가하는데도 미국이 자국의 이해에 쏠려 쿠르드자치정부(KRG) 수도인 아르빌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쿠르드군 지원에 대한 이라크 중앙정부 당국자들의 못마땅한 시선을 전했다.

이들은 "미국의 공습지원이 IS의 세력확장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미국의 편향된 지원이 이라크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고 IS의 바그다드 진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쿠르드군은 미국의 공습이라는 든든한 지원 속에서 아르빌을 방어하는 반면 정부군은 미국의 이렇다할 도움 없이 바그다드로 밀려오는 IS에 고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라크군 당국자들은 지난 14일 IS가 바그다드에서 약 65㎞ 떨어진 곳에서 여러 차례 감행한 공격을 거론하면서 "전략무기나 미국의 공습지원 없이는 방어가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바그다드뿐 아니라 각지에서 IS 장악지역 탈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공군 조종사 라드 파케는 "온종일 폭격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무기가 좋지 않아서 중대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 지역을 폭격해 IS 대원 몇 명을 죽이기는 하지만 IS가 흩어졌다가 곧 다시 모인다"고 전했다.

미국의 공습에도 전세 역전의 기미가 미미한 가운데 이라크의 여론도 분노로 돌아서고 있다고 옵서버는 전했다.

바그다드의 알나흐라인대학 총장인 하산 알파야스는 "미국은 항상 테러리즘과의 싸움에 앞장선다고 말하지만 IS가 이라크 곳곳을 장악할 때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유전지대와 아르빌까지 진격해 자국의 이해에 문제가 생기자 그제야 개입했다"면서 "미국의 정책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치평론가 이산 알시마리도 "미국은 이라크가 새 총리를 찾을 때까지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새 총리가 지명되지 않았느냐"면서 미국의 추가 개입을 촉구했다.

미국이 IS 격퇴를 명분으로 그간 테러단체로 규정해온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쿠르드군과 협력하고 있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PKK는 터키에서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반정부 테러를 벌여왔으며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이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PKK의 무장대원들은 현재 아르빌에서 가까운 마크무르 방어에 동원돼 쿠르드군을 돕고 있다. 마수드 바르자니 KRG 대통령은 13일 마크무르를 방문해 PKK의 협조를 치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IS의 세력확장이 뜻밖의 협력관계를 만들어냈다"면서 "미국의 IS 공습은 PKK 무장대원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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