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례단 십자가도 바티칸 가져가기로
- 유족 안좋게 보는 시각 바뀌었으면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호진 (단원고 故 이승현 군 부친)
6kg짜리 십자가를 지고 900km, 약 2,000리를 걸어왔던 두 사람. 여러분 기억하시죠? 바로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 김학일 씨 두 분이었는데요. 이분들이 2,000리 고행길 끝에 지난 금요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이건 예정에 없던 일인데 이호진 씨가 교황으로부터 직접 세례를 받았습니다.
사실 천주교에서는 교황에게 세례를 받는다, 이건 상상조차 어려운 엄청난 일인 셈인데 이호진 씨는 세례를 받고 세례명도 교황과 같은 프란치스코를 받았다고 하죠. 이호진 씨 지금부터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호진 씨 나와 계십니까?
◆ 이호진> 안녕하십니까? 이호진 프란치스코입니다.
◇ 김현정> 이제 이름이 이호진 프란치스코가 되셨어요.
◆ 이호진> 네.
◇ 김현정> 900km를 걸어서 안산에서 진도 찍고 대전까지. 그러니까 도착한 게 며칠이죠?
◆ 이호진> 8월 14일날 오전에 모든 일정이 끝이 나고요. 8월 15일날 대전 미사에 참석을 했었죠.
◇ 김현정> 그러셨군요. 8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있었던 미사. 그 직전에 교황을 처음 만나신 거죠?
◆ 이호진> 네.
◇ 김현정> 그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 이호진> 처음에는 긴장이 상당히 많이 됐었습니다, 처음 교황님을 뵀을 때.
◇ 김현정> 그러면서 한 15분 정도 면담의 시간을 가지셨어요. 마음속에 담았던,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어떤 거 전하셨습니까?
◆ 이호진> 세월호 진상규명, 그다음에 특별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었는데 저는 그때 그 말씀은 드리지 못했어요. 다른 분들이 다 말씀을 하셔서.
◇ 김현정> 세월호 이야기를 유가족들 특별법 이야기, 진상규명 이야기를 교황님한테 처음 하니까 교황님이 바로 알아들으시던가요, 그게 무슨 말인지를?
◆ 이호진> 교황님께서는 세월호에 대한 희생자들을 충분히 알고 계신 듯했습니다. 그리고 유족들이 말씀을 전하실 때 교황님은 아신다는 뜻으로 연신 고개를 이렇게 끄덕여주셨습니다.
◇ 김현정> 연신 고개를 끄덕이시고. 그렇게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이야기, 유족들의 마음속에 있었던, 준비했던 것을 다 하고 나서 그러고 나서 이호진 씨가 사실은 예정에 없던 얘기를 하신 거예요?
◆ 이호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말씀하신 거예요?
◇ 김현정> 전혀 그러니까 사전에 주고받은 뭔가가 있는 게 없는 상태였던 거죠?
◆ 이호진> 전혀 없었던 거죠. 교황님이 좀 놀라셨다 들었습니다. 처음에 제 말씀을 들으시고.
◇ 김현정> 놀라셨다. 예정에도 없던. 우리 이호진 씨도 놀라셨겠어요?
◆ 이호진> 상당히 놀랐죠. 그래서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현장에서 교황님을 통해서 직접 확답을 듣게 되니까 제 마음이 정신이 순간적으로 '멘붕' 상태까지 되기도 했었는데요, 그때 당시에는.
◇ 김현정>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그러고 나서 2,000리를 메고 왔던 그 순례단 십자가를 교황한테 선물까지 하셨어요.
◆ 이호진> 네. 교황님은 그 십자가의 뜻을 아시고 친히 바티칸으로 가지고 가시겠다고 말씀하신 걸로 압니다.
◇ 김현정> 그게 그러니까 어떤 피와 눈물이 섞인 십자가인지를 충분히 알고 계신다는 말씀이죠.
◆ 이호진>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날의 만남이 그렇게 해서 끝이 나고 그날 약속한 대로 일요일, 그러니까 어제 세례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기분이 어떠셨어요? 아까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멘붕이 올 정도로 놀랐다 하셨는데.
◆ 이호진> 그 여운은 그날 하루 종일 밖에 나와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저는 그런데 그 세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냥 이게 이호진 씨라는 개인에게 주는 세례가 아니라 이건 세월호 유가족 전체에 대한 어루만짐이랄까요, '유가족에게 뭔가 내가 이들을 관심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하는 메시지를 담은 세례가 아닌가 싶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이런 갑작스런 제안에 대해 바로 오케이를 하셨던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던데 어떠셨어요?
◆ 이호진> 정확하게 보신 거고요. 비록 세례는 저 혼자 받았지만 교황님의 그 어루만짐은 세월호 유족 전체를 향한 것이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 희망을 버리지 말고 소신껏 임하라는 그런 메시지를 주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 메시지라는 걸 알면서 받는 그 세례의 그 소감, 느낌은 어떠셨습니까, 그 순간은?
◆ 이호진> 당시에 그 느낌이라든가 소감이라든가 그걸 말씀드리려면 제가 현재 알고 있는 단어를 이용해서 말씀드리기가 조금 어려운데요. 그래도 이제 말씀드리려면 구름이 몸을 감싸는 듯한 그런 기분을 느꼈고요. 한마디로 말씀을 드리면 황홀했었다는 그 말씀을…어떻게 표현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세월호 유족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이 이어진 건데. 저는 참 걱정인 게요, 아버님 그런데. 교황이 이렇게 없는 시간 쪼개서 유족들 몇 번이나 만나고 직접 세례까지 했을 때는 제가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분들에게 '세상이 관심을 가져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전달을 하고 싶었다는 의미인데 정말로 세상이, 특히 정치권이 이 말을 알아 들은 건지 아닌 건지 이게 어떻게 보세요?
◆ 이호진> 우리 사회 구조상 교황님의 그 말씀으로 인해서 단번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황님께서 그 부분에 대한 특별히 언급을 하셨고 제가 그러한 뜻의 일환으로 세례를 직접 받으셨기 때문에 아마 그 당국에서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지 않겠나.
그래서 저희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진상규명과 특별법이 아마 보다 조금은 좋은 쪽으로 속도를 내서 제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희망을 좀 더 갖게 된 것은 그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조금 세월호 유족들을 바라보는 관심이라든지 세상의 눈이라든지 이번 만남 이후에 좀 바뀌었다는 게 좀 느껴지십니까?
◆ 이호진> 아무래도 그런 걸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아마 그러하실 것으로 압니다.
◇ 김현정> 그래요? 어떤 걸 보면서 그런 걸 느끼셨어요, 아버님?
◆ 이호진> 저희가 순례길에 나섰을 때 대부분의 분들이 지지해 주셨고 박수도 보내주셨고 정말로 마음으로 이렇게 함께해 주셨거든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가끔 저희를 또 다른 시각으로 보시는 분들도 간혹 계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그러나 교황님이 방한 후에 다니시면서 계속 메시지를 던지실 때는 그런 걸 느끼지 못했거든요.
그분들도 아마 새롭게 한 번쯤은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제가 해 봤고요. 그런 걸 조금은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 김현정> 아버님의 그 느낌 그대로 세상이, 특히 정치권이 유족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잊혀졌던 관심들 다시 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저도 바라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2,000리 걷느라고 많이 고생하셨을 텐데 우리 아버님 건강도 챙기시길 부탁드립니다.
◆ 이호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세월호 순례단 900km 대장정을 끝내고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은 분이세요. 이호진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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