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아베 추도사…무라야마담화 '위기론' 재점화

패전 70주년인 내년 '가해반성·군위안부 강제연행' 뺀 새 담화 가능성

8·15 이후 일본 사회에선 과거사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村山)·고노(河野) 담화에 대한 '위기론'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몰자 추도식 식사(式辭)와 당일 자민당 의원 약 40명의 군위안부 문제 관련 회의를 계기로 패전 70주년인 내년 아베 총리 등이 발표할 정부 담화가 사실상 고노·무라야마담화를 대체하는 성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쿄신문은 16일 아베 총리가 전임자들이 8·15 추도사에서 언급한 '부전(不戰)의 맹세'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와 반성', '차세대에 대한 전쟁의 교훈 교육' 등을 언급하지 않는 데 대해 "내년 정부가 발표할 새 담화의 포석이라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 이후 국회 발언을 통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누차 밝혔다.

하지만, 도쿄신문의 지적은 내년 8월15일, 패전 70주년을 맞아 내 놓을 일명 '아베담화'에 침략전쟁과 식민지배 등에 대한 반성의 문구가 빠짐으로써 패전 50주년(1995년)에 나온 무라야마담화와, 패전 60주년(2005년)에 무라야마담화를 답습하는 내용으로 나온 고이즈미담화의 '핵심'을 뺀 전혀 새로운 담화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지 않아도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점점 일본 사회 뒤편으로 밀려나는 상황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생략한 새 담화를 발표함으로써 무라야마, 고노담화를 사실상의 '유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아베 총리는 지난 1월3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등 계기에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무라야마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 침략 등의 단어는 의도적으로 거론하기를 피했다.

역대 총리의 발언을 분석해온 리쓰메이칸(立命館) 대학의 아즈마 쇼지(東照二) 교수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분명히 의도적으로 '부전의 결의' 등의 말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새로운 국가의 존재양식을 국민에게 묻고 싶은 것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난 15일, 아베 정권의 요인인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 등 자민당 의원 약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일본의 앞날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 긴급회의에서는 고노담화가 도마위에 올랐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 회의를 소개한 16일 기사에서, 최근 아사히 신문의 일부 보도 오보 인정을 계기로 '군위안부 강제연행'의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한 새로운 정부 담화를 책정하자는 기운이 자민당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앞날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은 아베 내각이 고노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인 만큼 고노담화를 존속시키되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내년 새로운 담화를 정리할 것을 정부에 요구할 생각이라고 요미우리는 소개했다. 이는 고노담화를 폐지하지는 않더라도 사실상 대체하는 성격의 새 담화를 제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서대 조세영 특임교수는 내년 '아베담화' 등에 담길 내용과 관련, "일본 정부가 지난 6월 고노담화 검증으로 담화를 훼손한 뒤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힌 것이 의미가 없듯 단순히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정도의 문안이 담긴다면 큰 점수를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아베 총리는 전후 70주년을 맞아 무엇인가 자기 흔적을 남기려고 할 것이나 무라야마담화나 2010년의 간 담화(간 나오토 당시 총리의 담화)처럼 주변국을 감동시킬 만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긴장감을 가지고 냉정하게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발표한 무라야마담화는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고노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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