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9시쯤 서울광장에서부터 광화문광장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퍼레이드가 시작되자 미사에 참석한 천주교 신자 20만여 명은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연호했다.
흰색 차량에 올라탄 교황은 제단까지 이동하는 내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미사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따금 어린아이들을 들어안아 머리에 입을 맞추거나 쓰다듬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각별한 위로도 또 한 번 건넸다.
교황은 카퍼레이드 도중 광화문광장 입구에 모인 세월호 가족들을 보고는 두 손을 모아 짧은 기도를 한 뒤 차에서 내렸다.
이어 34일째 단식 중인 안산단원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의 손을 붙잡았고, 김영오 씨는 교황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단 한 개만 남은 세월호 유족들의 천막에는 'We Want The Truth'(우리는 진실을 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단원고 희생자 이은별 양의 이 모는 기자와 만나 "그동안 우리가 당했던 억울함에 대해 들어주신 교황께서 '잊지 않겠다'고 하시니 이 보다 더 큰 위안이 어디 있겠냐"고 감사를 전했다.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 역시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한 교황의 뜻에 동참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김경자(68) 씨 "세월호로 희생된 영혼들을 위해 교황께서 함께 기도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자들은 또 교황이 집전한 미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교황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보는 것 자체에 대한 남다른 의미도 부여했다.
가족들과 함께 김포에서 왔다는 강동철(43) 씨는 "교황께서 집전하시는 거룩한 미사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늘 낮은 곳에 임하시는 교황의 가르침을 받아 우리가 직접 행동에 옮겨야 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논현동성당에서 왔다는 이명수(58) 씨는 "직접 우리나라에 오셔 미사를 집전하시리라 꿈꿔본 적도 없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 미사를 드리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감격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미사에서 교황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로 선포하는 순간 이들이 그려진 대형 걸개그림이 공개됐고, 일대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영주 화백이 그린 이 초상화에는 순교자들의 피로 신앙을 일으켜 세우는 순교 당시의 바람을 반영해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한편, 전국에서 몰려든 신자들이 새벽부터 미사를 기다리면서 병원을 향하거나 응급조치를 받는 일도 발생했다.
인파에 밀려 넘어져 발목을 다치거나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등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현장에서 구급대원들로부터 응급조치를 받은 사람만 200여 명이다.
또, 광화문 일대 차량 운행은 통제됐고, 지하철 경복궁역과 광화문역, 시청역은 오후 1시 30분까지 일시적으로 폐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