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인 여성 신자 A씨가 15일 세종시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아시아 청년대표들과 함께 '교황의 식탁'에 앉는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4년 전만 해도 이런 기막힌 행운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인 거식증을 심하게 앓았던 A씨는 먹으면 바로 토하는 생활을 반복하는 바람에 입시마저 포기하고 휴학을 할 수밖에 없는 등 참담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A씨는 153㎝의 키에 27㎏의 몸무게로, 도저히 고등학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이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했지만, 자해 소동을 벌여 퇴원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보다 못한 부모는 지인의 소개로 천주교 청소년 담당 사제를 찾아간 게 새 희망의 빛을 보게 된 계기가 됐다.
심한 대인기피증 때문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던 A씨에게 사제는 "내년에 스페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데, 갈래?"라고 제안했고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A씨는 만날 때마다 신부가 전해주는 세계청년대회 이야기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부는 세계청년대회에 데려가는 조건을 걸었다.
"의사가 지금 이 체력으로는 힘들다잖아. 몸무게를 40㎏으로 만들어 오면 데려갈게."
오기 반, 호기심 반으로 A씨는 치료를 받기로 했고, 스스로 병원에 입원한 지 몇개월 만에 약속대로 몸무게를 40㎏를 넘겼다.
이듬해 스페인에서 그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하루에 수십 ㎞씩 걷는 강행군 속에서도 서로 격려해주는 전 세계 청년들과 어울리면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고, 귀국해서는 곧바로 학교에 복학했다.
교내 마라톤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건강해진 A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미국 워싱턴주립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A씨는 "저와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을 고칠 수 있도록 전공을 의학으로 바꿀 생각도 있다"며 "내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갈 계획인데, 로마로 교황님을 찾아가면 점심 한 끼 사주실 수 있는지 여쭤볼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