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협의회)에서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를 만나 "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위해 일하느라 수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함 신부가 전했다.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방한한 교황은 청와대 인근 서울 궁정동 교황청대사관에 여장을 풀고 개인미사를 올렸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주요 공직자들을 만나 연설한 뒤 마지막 일정으로 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을 만났다.
예정 시각인 오후 5시30분보다 약간 늦은 5시45분께 협의회에 도착한 교황은 일찍부터 주변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주민 700여명을 위해 차에서 내려 20~30m가량 도로를 걸으면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교황은 무릎틀, 제대 위 성경과 흰 장미 한 송이 등으로 간소하게 꾸며진 7층 소성당에 정진석 추기경,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와 함께 입장한 뒤 약 1분간 기도했다.
이어 주교회의 상주 사제 및 수녀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협의회 옆에 있는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소속 신부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주교회의 민족화해 주교특별위원회 총무이기도 한 함 신부는 "한국에 오래 있다 보니 예전에 요한 바오로 2세도 뵈었지만 이번에 교황께서 한국을 아시아에서는 처음 방문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라며 "한국은 남북이 갈라져 마음이 아픈데 교황께서 그것 때문에 국민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오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국내 16개 천주교 교구의 협의체로서 대내외적으로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교황과 주교단의 만남은 세계 천주교 주교단의 단장인 교황이 지역교회를 돌보는 주교들을 격려하고 세계 교회의 일치를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날 협의회 주변 인도는 교황을 만나려는 천주교인들과 중곡동 주민들이 몰리면서 크게 북적거렸다. 교황 도착시각보다 한참 이전인 오후 4시 이전부터 몰린 인파는 폭 2m 정도에 불과한 이 일대 인도를 가득 메웠다.
특히 교황 방한이 역대 3번째임에도 협의회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 지역에 사는 천주교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당시 초신자였다는 이정자(63·여)씨는 "그때보다 지금 믿음도 더 깊어져서 교황이 오시는 게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며 "특히 서울에서 변두리에 속하는 중곡동에 교황께서 직접 오신다니 놀라운 일이다. 생각이 정말 다른 분 같다"고 말했다.
오후 6시50분께 일정을 마치고 쏘울 승용차에 탑승해 밖으로 나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민들이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를 연호하며 손을 흔들자 차에서 잠시 내려 손을 흔들고 아이들과 장애인의 손을 잡아준 뒤 떠났다.
교황은 15일에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해 강론하고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과 유족을 만나 위로하는 등 일정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