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을 직접 만나는 영광스런 자리였지만 마냥 기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으로 만난 것이 가슴 아프고 미안했다.
14일 서울 성남공항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하면서 느낀 감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성남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교황의 방한을 환영하는 자리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 가톨릭 관계자들 외에도 평신도 환영단 30여 명이 함께했다.
평신도 환영단에는 세월호 참사 유족 4명이 포함돼 있었다. 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부친 남수현 씨와 부인 송경옥 씨, 사제의 길을 꿈꾸던 예비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 2학년) 군의 아버지 박윤오 씨, 일반인 희생자 고 정원재 씨의 부인 김봉희 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중을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으며 교황 환영단에 포함된 평신도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이들이 세월호 가족입니다"라는 소개를 받자 가족들의 손을 맞잡았다.
유가족들은 교황에게 전할 메시지를 준비해갔지만 직접 전달할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그나마 교황에게 전하려 했던 메시지를 환영 행사 전에 이야기할 수 있었다.
박윤오 씨는 "세월호 억울하다. 들어달라. 메시지 전할 거다. 죽음 통해 교황을 뵙게 될지 몰랐다. 영광인데 실종자들에게 미안하다. 기적이 일어나갈 바란다. 잘못한 쪽에 회개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봉희 씨는 “가슴 아픈 영광이다. 용두초등학교 동창회 여행 중 세월호 사건으로 남편을 잃었다. 좋은 일로 만났다면 더 없는 영광일텐데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수현 씨는 “대통령이 국가 개조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개인과 개인의 약속도 중요한데 대통령과 국민의 약속은 더 지켜져야 하지 않겠나. 잘못한 사람들이 고해성사하듯이 뉘우쳤으면.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문에 ‘미움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 있는 곳에 일치를’이라는 구절이 있다. 교황님이 사람들한테 평화의 기도문을 보내 매일 기도했으면 한다. 교황님의 말씀이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경옥 씨는 “끝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정치를 떠나서 부모의 마음으로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교황에게 직접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지만 교황이 세월호 가족을 보자마자 한 이야기는 위로가 됐다.
교황은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에게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