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한국행 전세기가 이탈리아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을 이륙한 지 40분 만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없이 인자한 모습이었다.
교황을 상징하는 흰색 수단(Soutane)을 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70명의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다.
교황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취재 도중 숨진 사진기자를 거론하며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좋지 않다"면서 전쟁과 그로 인한 희생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숨진 이탈리아 기자를 위해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교황은 이어 기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간헐적으로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주로 듣는 편이었다.
한국 기자들에게는 "Glad to meet you(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나지막이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일부 여기자들은 교황과 스마트폰으로 함께 사진을 찍는 '호사'도 누렸다. 교황은 자신이 잘 아는 기자와 인사할 때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꼭 껴안으며 환하게 웃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약 30분간 기자들과 함께 머물고서 좌석으로 돌아갔다.
AFP통신의 교황청 출입기자 장 루이 드라 배시에르는 "다소 수줍은 성격이었던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좀 더 적극적으로 기자들을 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자리 잡은 비즈니스석은 이날 저녁 식사가 끝난 뒤 8시께 불이 꺼지고 커튼이 처졌다. 4박5일간의 숨돌릴 틈 없는 방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휴식에 들어간 것이다.
교황이 이번 방한에 이용한 알리탈리아항공의 에어버스 330기는 조종석 옆에 이탈리아 국기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장(紋章)이 새겨진 깃발이 꽂혀 있는 것 외에는 다른 항공기와 차이점이 없었다.
또 내부도 전혀 개조하지 않아 교황의 소탈한 성품을 그대로 보여줬다. 단지 좌석 커버와 식사 메뉴에 항공사가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장이 찍힌 것만이 유일한 다른 점이었다.
앞서 교황의 동행 취재진은 이륙 한 시간 전인 오후 3시 가장 먼저 비행기에 올랐다.
카메라 기자 등 일부 취재진을 제외하고는 좌석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아 교황과 가까운 앞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세기에는 일등석이 없고 교황을 위한 사무·휴식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교황과 추기경 등 바티칸 고위 수행단은 모두 비즈니스석을 이용했으며, 취재진과 나머지 교황청 수행원들은 모두 이코노미석을 배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