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방문의 첫 순서인 주교단과의 만남도 기도로 시작한다. 이번 방한에는 성지에서 이뤄지는 일정이 많은 만큼, 교황은 성지에 도착할 때마다 기도와 참배를 하며 한국의 순교자들에게 경의를 표할 예정이다.
▲솔뫼: 김대건 신부의 요람, 한국 천주교회의 못자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오후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솔뫼 성지를 방문, 한국인 최초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에서 김 신부의 영정에 장미꽃을 바치며 기도한다.
솔뫼는 4박5일 방한 기간 중 교황이 한국 천주교의 역사와 마주하는 첫 번째 장소다. 교황은 참배 후 이날 솔뫼 성지를 찾은 이들과 함께 한다.
성지에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와 제3회 한국청년대회에 참가한 젊은이들과 성소자(사제 또는 수도자를 지망하는 사람), 당진 지역 주민 등 1만 명 이상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대건 생가터에서부터 걸어서 이동하는 교황은 길 위에서 희귀병, 암 등 병마와 싸우는 환자, 불임을 극복한 부부 20여 쌍과 그들의 자녀를 만난다.
신자들과 눈높이 맞추는 것을 서슴지 않는 교황은 성소자들이 모인 솔뫼 아레나(원형공연장 겸 야외 성당)를 지나 청년대회 참가자들이 기다리는 '만남의 장막'으로 향한다.
폭 40미터, 길이 135미터로 설치된 장막에서 그는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을 갖고, 이 시대 젊은이들이 건넨 질문에 답할 예정이다.
▲서소문: 지상의 끝, 천상의 시작점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소문 순교성지에 간다.
서소문은 200여 년 전 한국 천주교회의 초기 신앙인들이 형조에서 '인륜을 저버린 패륜의 죄인'이라는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된 곳이다.
순교자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은 서소문성지에서 교황은 시복 미사의 첫 걸음을 시작한다. 순교자들이 형조에서 끌려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 광화문 앞에서 순교자들이 인간 자유의 선각자이며 복된 이들임을 선포하는 것이다.
교황은 성지에서 화동과 함께 현양탑 앞 제대에 헌화를 한다. 이 자리에는 서소문에서 순교한 하느님의 종 이현(안토니오) 후손 이수진(피아체) 수녀, 홍낙민(루카) 후손 홍기홍(스테파노), 정약종(아우구스티노) 후손 정호영(클레멘스)과 윤지충(바오로) 후손 윤재석(바오로)이 동석한다.
한국의 첫 세례자 이승훈(베드로) 순교자 후손 이태석 신부(서울대교구 병원사목부)가 동석한다.
▲해미 성지와 읍성: 아시아가 하나 되는 천국의 문
교황의 기도는 17일 해미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 날 오전 교황은 충남 서산시 소재 해미 성지 소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들과 만나 성무일도 낮기도를 바치며, 박물관에 들러 순교자 유해를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해미 성지에서 2km 떨어진 해미 읍성에서는 제6회 AYD 폐막미사가 열린다. 이곳에서 교황은 미사에 참석한 뒤 전날인 16일에 시복된 해미 순교자 3위(인언민 마르티노, 이보현 프란치스코, 김진후 비오)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다.
해미 성지는 '천주학 죄인'들이 생매장 당하던 순교지에 조성됐다. 이곳에는 "여숫골"이라는 표석이 있는데, 이 명칭은 천주교 신자들의 "예수 마리아!"라는 기도 소리를 "여수머리"로 알아듣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신자들의 처형장이었던 해미 읍성의 서문은 순교자의 시체를 내가던 곳이다. 이 밖에도 읍성에는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 김진후(비오)가 순교한 옥터, 순교자들의 머리채를 묶어 매달던 '호야나무' 등이 남아 있다.
▲명동성당: 한국 교회의 중심
18일 아침 서울 명동성당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를 드린 뒤 지하 소성당으로 가서 잠시 기도하며 순교자들의 유해를 참배한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천주교 대박해인 기해박해(1839), 병인박해(1866)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조선에서 선교하다 기해박해 때 순교한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 신부, 성 샤스탕 신부, 증거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아버지인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1805-1839), 성 김성우 안토니오(1795-1841), 병인박해 때 순교한 푸르티에 신부와 프티니콜라 신부 그리고 이 에메렌시아(?-1839)와 무명 순교자(?-1839) 1명의 유해다.
이들 중 성(聖, Saint) 호칭을 받은 이들은 1984년 5월 6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시성 미사를 주례하며 성인품에 올린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