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부상 변수가 발생했지만 투구 내용에도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변화구, 특히 커브의 낙차가 대단했지만 기본이 돼야 할 직구의 구위가 떨어졌다. 그동안 좋은 성적을 내왔던 5일 휴식 뒤 등판임을 감안하면 구속이 생각보다 올라오지 않았다. 엉덩이 근육통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날 류현진은 7개의 탈삼진 중 승부구가 모두 변화구였다. 특히 커브가 맹위를 떨쳤다. 7개 중 6개 삼진을 커브로 잡아냈다. 나머지 1개가 슬라이더였다.
평소 류현진의 커브 구속은 70마일대 초반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67마일(108km)까지 찍혔다. 그만큼 직구 구속과 차이를 보이면서 애틀랜타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낙차도 커서 바닥까지 떨어지는 커브에 상대 타자들이 연신 헛방망이를 돌렸다.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이 "올해 본 커브 중 낙차는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던 그 구종이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직구의 위력은 평소보다 못 미쳤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 최고 구속은 93마일(약 150km)이었다. 대부분 90마일 안팎에 머물렀다. 지난 8일 LA 에인절스전 등 컨디션이 좋을 경우 95마일(약 153km)까지 나왔고, 대부분 94마일(약 151km)은 찍었다.
▲위력 반감 직구, 제구까지 흔들려
이날 피안타 6개 중 4개를 직구를 던졌다가 맞았다. 2-0으로 앞선 2회 선두 타자 에반 게티스는 류현진의 143km 직구를 통타, 중월 2루타를 날렸다. 이후 희생번트 뒤 1사 3루에서 안드렐튼 시몬스에게 던진 150km 직구가 2루 땅볼이 돼 1점을 내줬다.
2-2로 맞선 5회가 가장 아쉬웠다. 1사에서 제이슨 헤이워드에 143km 직구를 던져 중전 안타를 내준 류현진은 이어진 2사 1, 2루에서 저스틴 업튼에게 145km 직구가 우익수 앞 빗맞은 1타점 적시타가 됐다. 리드를 뺏긴 안타들이 모두 직구에서 비롯됐다.
직구의 제구도 아쉬웠다. 류현진은 2-1로 앞선 4회 1사에서 146km 직구가 빗나가 저스틴 업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결국 업튼은 이어진 2사 1, 3루에서 시몬스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6회 역전 실점 과정에서도 직구 제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사 1루에서 류현진은 프레디 프리먼에게 던진 3구째 직구가 몸에 맞는 볼이 됐고, 이어 업튼에게 역전 적시타를 내줬다.
최근 류현진은 고속 슬라이더와 커브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이날은 직구의 위력이 떨어져 고전했다. 오른 허벅지 부상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변화구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직구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다시금 각인시켜준 애틀랜타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