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가장 먼저 만나는 '보통사람들'

14일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들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새터민, 이주노동자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상처받은 '보통 사람들'이다.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할 환영단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단 외에 평신도 대표 32명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세월호 유가족 중 고(故) 남윤철 안산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 씨와 부인 송경옥 씨, 사제를 꿈꿨던 예비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 2학년) 군의 아버지 박윤오 씨, 일반인 희생자 고 정원재 씨의 부인 김봉희 씨 등 천주교 신자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때 입었던 제의를 만들었던 정진숙(62) 씨도 장애인 대표로 공항에 나와 교황을 환영한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에 소속된 봉제협동조합 솔샘일터에서 일하는 정씨는 오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례할 때 입은 장백의를 제작하기도 했다.

2001년과 2012년 각각 한국에 입국한 새터민 한성룡(44)씨와 김정현(58·가명)씨 등 새터민 2명, 필리핀 이주노동자 하이메 세라노씨와 볼리비아 출신 아녜스 팔로메케 로마네트 씨 등 이주노동자 2명도 환영단에 포함됐다.


김정현 씨는 "평생 살면서 이런 기회가 올 줄 몰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살펴 온 외국인 선교사 2명도 환영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양 수산나(78·수산나 메리 영거) 여사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인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73·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가 그들이다.

양 수산나 여사는 한 달이 넘는 긴 항해 끝에 1959년 12월 우리나라에 입국해 1962년 가톨릭푸름터(옛 가톨릭여자기술원)를 세우고 불우한 여성들에게 양재와 미용기술을 가르쳤다. 그는 1973년 여성 사도직 협조자 교육을 위해 프랑스 루르드로 간 뒤에도 매년 한국을 오가며 대구와 인연을 이어가다 2004년 은퇴한 뒤 한국에 정착해 2011년 대구 명예시민이 됐다.

안 신부는 1966년 입국해 강원도 내 성당에서 사목하면서 정선 신협, 성프란치스코 병원 등을 세워 농민과 광부들의 자활을 도운 데 이어 1980년대부터 빈민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 강북구 일대에 전셋집을 얻어 살며 달동네 주민들과 철거 반대 운동, 실직자 대책 마련, 자활센터 설립 등의 활동을 해 왔다.

이밖에 다산 정약용의 형이자 성 정하상 바오로의 아버지인 정약종의 방계 4대손인 정규혁(88)씨, 오는 16일 복자품에 오르는 권상문ㆍ천례 남매의 6대손인 권혁훈(68) 씨 등 시복대상자 후손 2명도 공항에서 교황을 환영한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허영엽 대변인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연 브리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탈한데다 모든 사람과 소통하기를 원해서 방준위에서도 첫 만남을 어떻게 가질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오래 봉사하고 교회 안에서 귀감되는 분들로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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