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런 교황은 없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정치지도자들이 경의를 표하며 만나고 싶어 안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사람과 소외받은 사람, 갖은 억압으로부터 탄압받은 약자들을 찾아가고 지향한다.
그의 교황 취임 일성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 가난한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취임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것이 없다.
교황이 입는 모피가 달린 붉은 예복 대신 흰색 성직자 예복(카속)을 입고, 금으로 된 십자가 대신 주교용 은제 십자가를 가슴에 걸었다.
새 교황에 선출되면 신자들에게 축복을 비는 기도를 하는 게 관례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화려한 교황 전용 관저 대신 바티칸의 산타마리아 게스트하우스에서 생활하며 추기경들과 함께 식사하고, 3,000달러짜리 대신 50달러짜리 오래된 손목시계를 차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에 신던 낡은 구두를 교황이 된 이후에도 계속 신고 있다.
로마 교황청 출입기자인 안드레아 토르니엘리 기자는 “세단과 수행원을 거부한 교황. 형제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 타기를 좋아하는 교황. 모피로 된 옷을 입지 않은 교황. 스스로 가방을 챙기는 교황. 숙박비를 내지 않을 만큼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생각하지 않는 교황”이라고 평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복음을 보여주는 교회를 요구하며 진지하고 검소하게 행동하는 기독교인의 삶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교황이다.
여동생이 교황 즉위식에 참석하겠다며 아르헨티나에서 오겠다고 하자 그 비용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는 청빈의 삶을 실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그야말로 따뜻한 리더다.
"다정함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론하고 "기독교인이 희망과 다정함을 잊으면 냉담한 교회가 된다"고 일갈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5월 성령강림절 전야에 “밖으로 나오면 가난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 추위에 얼어 죽은 여인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뉴스가 아니지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여인들이 많다는 것도 뉴스 거리가 아닙니다...냉정한 기독교인,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차를 마시며 신학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잘난 기독교인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용감한 기독교인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미사에 바티칸의 쓰레기 청소부들을 초대했고 이슬람교 여성과 장애인들을 불러 발을 씻겨줬으며, 마약중독자와 동성애자에게 온화한 손을 내밀고, 노숙인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는 그런 교황이다.
지난해 12월 17일 교황의 77번째 생일에는 성 베드로 성당 인근 노숙자들을 초대해 아침식사를 같이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사제였을 때에는 넝마주이들의 친구였다.
잃을 것이 많지 않다며 방탄차 대신 무개차(오픈카)를 타고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교황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과 약자를 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00년 가톨릭 역사상 여성과 무슬림에게 세족식을 행한 교황은 프란치스코가 유일하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행보에도 적극 나서서 동방정교회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와 교회일치를 꿈꾸는가 하면 중동 순방 때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지도자와 신도들을 만나 평화를 이야기했다.
지난달에는 역대 교황 가운데 처음으로 개신교 오순절 교회를 방문해 가톨릭교회가 과거 오순절 교회 신도들을 박해한 일을, 사제들이 미성년자들을 성추행한 사건을 공식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치하에서도 언행이 일치하는 도덕적 지도자였다.
많은 사제들이 독재권력에 협력했으나 베르고글리오(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 신부는 독재정권에 협력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비로운 신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엄격한 사람은 규칙 외에는 아무것도 적용하지 않습니다. 법은 법입니다. 이런 식이죠”라고 비판하며 “자비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교황의 이름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평생 약자의 편에서 청빈과 겸손, 평화를 실천했던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San Francesco d'Assisi)'는 '평화의 기도'라는 노래로도 유명한 성인이지만, 그 이름이 교황의 이름으로 선택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교황이라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곳에 머물지 않고 마치 예수님처럼 가장 낮은 곳에 내려와 가난한 자를 어루만지고 소외된 자의 발을 씻기고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두 팔로 안는 삶을 행동으로, 일상으로 실천하고 있다.
가장 낮은 이들과 눈을 맞추고 가장 약한 이들의 손을 잡는다.
교황은 한국을 방문해서도 그런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그런 그가 한국을 방문한다고 하니 열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세대 간 차별로, 지역 간 차별로, 계층 간 차별로, 빈부의 차별로, 탐욕적 자본주의로, 특히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고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위로해주고 한을 풀어 줄 인물은 이 지구상에 프란치스코 교황만한 분이 없기 때문이다.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천주교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예수님의 재림'처럼 받아들일 테지만 천주교 신자들 못지않게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고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씨는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막막한 심정으로 죽었구나 생각하니 지금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고 비통해한다.
단식 농성 32일째인 세월호 유가족들은 말한다. “교황님, 우리의 눈물을 닦아 달라”고.
"그리고 한을 풀어 달라"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일본위안부 할머니들, 노숙자 등 고통 받거나 소외된 가난한 이 땅의 사람들이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환호하는 것도 그 무언가(?) 대한 목마름의 절규다.
먹먹하고 답답하고 분통터지고 살길이 막막하며 하소연 할 곳을, 지도자를 찾을 수 없는 이 땅의 힘없는 대다수 국민은 말한다.
‘교황이시여, 우리의 눈물도 닦아 달라’고.
대통령과 정치인을 비롯한 정재계 지도층이 닦아줘야 할 눈물을 대신 닦아 달라는 외침이다.
의사가 되는 줄 알고 있었던 어머니에게 “저는 의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영혼의 의학도가 말입니다”고 선언해 버리고 사제의 길을 걸은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신부(프란치스코 교황).
‘대한민국에서 영혼의 의학도’가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