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이지아, 진실 재공방

14년간 비밀 안고 살다 들킨 서태지-이지아 사건 다시 링 위로"7년간 가족과도 연락끊고 숨어 지내" vs "양가 허락하에 교제, 자유롭게 여행"

비밀 결혼과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으로 지난 2011년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가수 서태지(42)와 배우 이지아(36)가 3년 만에 다시 공개적으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롭고 자극적인 내용이 결합된 이들의 이야기는 3년 전에도, 지금도 순식간에 인터넷을 장악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티즌은 과연 누구의 말이 진짜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일부 매체까지 분석을 한다며 가세해 싸움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그 바람에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들의 공방은 진흙탕 싸움이 됐다.

대중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흥미로운 가십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곁가지를 다 떼고 들어가면 이들의 문제는 결국 남녀 문제다. 남녀 관계에 과연 진실이 있기는 한 것인지, 나아가 대중이 그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이런 식의 가십에서는 누가 어떤 말을 하든 대중은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믿기 마련이다. 안타깝지만 분명한 지점이다. '서태지-이지아 판 사랑과 전쟁'이 또다시 인터넷을 뒤덮은 현실에 씁쓸해지는 이유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을 정리하면, 두 사람은 21년 전인 1993년 미국에서 소개로 처음 만났으며 한국과 미국에서 편지와 전화로 연락하며 호감을 갖게 됐고 1996년 서태지가 은퇴 후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어 1997년 10월12일 미국에서 둘만의 혼인 신고를 마치고 부부 생활을 시작했고 약 2년 7개월 만인 2000년 6월 별거에 돌입했으며, 2006년 1월 이지아가 이혼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

그런데 이같은 사연이 2011년 4월까지 전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두 사람은 그때까지 결혼한 적이 없는 '싱글' 행세를 했다. 둘의 결혼 시점부터 따지면 무려 14년간 이같은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버젓이 연예계 활동을 해온 것이었다.

그리하며 2011년 4월21일 둘의 관계가 처음 세상에 드러나자 연예계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가 '패닉'에 준하는 충격을 받았다. 스타에게 감쪽같이 속았다는 데서 오는 충격은 공인의 사생활에 대한 범위 규정 논란부터 실체를 숨기고 사는 현대인의 병리현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두를 던지며 오랜기간 파장이 지속됐다.

게다가 둘의 관계는 이지아가 그해 1월 한국 법원에 서태지를 상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영원히 묻힐 뻔했다는 점에서 더욱 '소름 돋게' 했다. 그만큼 두 사람이 과거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비밀이었다면서 이지아가 '간도 크게'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는 점이다. 실제로 둘의 관계는 이 소송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런데 '허망'한 것은 이지아가 둘의 관계가 세상에 드러나 논란이 일자 곧바로 이 소송을 취하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지아로서는 소송을 통해 정작 자신이 지키고 싶었다는 큰 비밀만 스스로 세상에 알린 형국이 되고 말았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은 함구하고 있던 두 사람이 열흘 후 잇달아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일단락이 됐다.

당시 서태지는 "은퇴 이후 힘겹게 얻은 최소한의 보금자리와 처음으로 누려보는 평범한 일상을 보호받고 싶었다"며 "언젠가 시간이 지나 안정을 찾고 내 인생도 확신이 생길 때 가장 먼저 팬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축복받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그런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고, 헤어진 후에는 각자 다른 길을 걷는 상대방을 세상에 발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 모든 일을 내 마음에 담아둬야 할 비밀이 됐다"고 해명했다.

이지아는 이혼 후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어둡고 긴 시간들에 대해 이해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잃어 버린 나를 찾고 싶은 마음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처는 더 깊어만 갔고 제가 굳게 믿었던 진실과 약속들이 깨어지며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늦게나마 저의 삶을 찾아 배우가 되었지만 온전한 '나'로 살아올 수 없었던 시간만큼 불분명한 과거에 대해 수많은 오해와 억측에 부딪치며 남몰래 수없이 울고 또 울었다"면서 "하지만 저 또한 이 소송을 진행하며 처음엔 이렇게까지 서로가 대립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사람을 깎아 내리고 싶은 마음은 정말 조금도 없었고 그래도 좋은 모습으로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마무리되는가 싶던 둘의 관계는 그러나 지난 11일 방송된 SBS TV '힐링캠프'를 통해 다시 링 위에 올랐다. 이지아가 사건 3년 만에 서태지와의 일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큰 화제를 모은 것이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온 국민이 아는 분과 함께 숨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수위의 노력이 아니다. 제가 선택한 사랑은 산에서 내려온 다람쥐한테조차도 들켜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부모님께 정말 큰 불효를 저질렀다. 누구에게도 알리면 안 됐기에 7년간 가족과도 연락하지 않았다" 등의 발언을 했다.

누가 들어도 어린 나이에 서태지를 만나 주변과 연락을 끊고 갇혀 산 것처럼 비치는 대목이었다.

그러자 서태지가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양가 부모 허락 하에 교제를 시작했으며, 양가 부모님과 가족, 친척들, 각자의 친구들도 미국 집에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쇼핑도 했다"며 이지아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이들은 3년 만에 다시 공개적으로 치고받는 모양새가 됐다.

서태지의 반박에 대해 이지아의 소속사는 "현재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가십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은 대중의 큰 오락거리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서태지-이지아의 사랑과 전쟁'은 유효기간도 길고 오락요소도 풍부한 소재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가십에서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서태지와 이지아도 그 점을 알고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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