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극우민족주의 성향 '자유민주당' 당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는 러시아와 서방 간 전면전이 터지면 동유럽 국가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란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지리노프스키는 지난 11일 자국 뉴스전문 TV 채널 '라시야 24'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는 동유럽에서 러시아 쪽으로 미사일이 날아오거나 전투기가 발진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면서 "(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은 스스로를 자멸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와 서방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서방 편에 선 동유럽을 러시아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경고였다. 그는 "발틱 3국과 폴란드 등은 파멸이 불가피하며 지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며 "(이 국가들은) 정신을 차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리노프스키 당수의 발언이 알려지자 폴란드는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이에 러시아 측은 지리노프스키는 야당 지도자로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러시아 공산당 의원들은 자국 비상사태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러시아 영토 내의 모든 방공호 시설을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발레리 라슈킨과 세르게이 오부호프 등 2명의 의원은 서한에서 "현재 전국적으로 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예비역 장교 소집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국민의 안전 및 생명과 연관된 전략 시설(방공호)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부호프 의원은 자체 확인 결과 소련 시절에 지어진 대부분의 방공호들은 현재 원래 용도대로 이용되지 않거나 버려진 상태라며 이는 지금과 같은 국제정세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공호 시설들을 일제 점검하고 식량, 식수, 의약품 등을 비치하는 한편 주민들에 대한 비상사태 통보 시스템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특히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남서부 지역 및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크림 반도의 방공호 시설들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