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카제 생존자들 "日 신세대 전쟁참상 몰라"

가미카제 조종사 간베 유타카는 약 70년 전에 죽을 뻔한 목숨이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정부가 항복을 선언하면서 그는 수천명의 젊은이들이 희생된 자살특공작전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올해 91세로 다시 한번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바라보는 간베 노인은 아베 신조 총리 정부의 우경화, 가미카제 특공대를 미화한 영화가 개봉된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를 일본 신세대들에게서 전쟁의 공포가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보는 간베 노인은 "미친 짓이다. 우리의 작전을 미화하려는 의도를 지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 지도자들 모두가 아베와 같다면 일본은 다시 전쟁에 나설 수 있다"면서 "나는 곧 죽을 사람이지만 일본의 장래가 걱정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적들의 등에 식은땀을 흘리게 한 일본의 자살특공작전으로 약 4천명의 조종사가 숨졌다. 이들 대부분은 목표물에 닿기도 전에 격추됐다.

생존한 가미카제 조종사들이 몇 명인지를 밝혀줄 공식적 자료는 없고 일본 학교의 교과서에도 거의 언급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영원의 제로(0)'가 올해 초 개봉되면서 가미카제 특공대는 다시 일본인들의 기억 속에 되살아나고 있다.

이 영화는 한 일본군 조종사가 아내에게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며 자살특공작전 참가를 거부하다 결국은 동료에게 가족을 부탁한다며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보았다는 대학생 나카무라 쓰루기(18)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존경한다. 그들은 가족과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쳤다"면서 "조종사들이 멋있다. 이들의 작전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가와 고조(89) 노인은 그의 차례가 오지 않았던 덕분에 생존한 가미카제 특공대원으로 남았다. 그는 아직도 동료들이 헛되이 죽어간 기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고조 노인은 그러나 작전의 도덕성에 대한 판단은 거부했다.

"나 같은 생존자들은 그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죽은 동료의 영혼을 애도한다. 홀로 죽게 만든 것이 마음 아프다."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유서를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다 무산된 일본 지자체의 시도는 일본 군국주의로 고통을 받은 한국과 중국 두 나라를 분노케 했다.

지난 달 아베 총리가 오랫동안 일본의 평화 애호 이미지를 상징해왔던 평화헌법에 대한 해석을 달리한 것도 외교 관계를 더욱 경색시킨 것은 물론 강한 여론의 반발, 궁극적으로 일본을 다시 전쟁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가가와 노인에게 가미카제 특공대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노인은 그러나 일본 군대를 순전히 자위적 역할만 하도록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였다.


그는 "가미카제 특공대는 결코 다시 생겨서는 안 될 일이지만 평화는 대가 없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아베 총리가 개헌을 서두르는 것 같지만 그가 하려는 일을 이해는 한다"고 말했다.

종전 69주년에 즈음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쿄 중심부에 자바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가미카제 특공대원을 포함한 200만 전몰자의 위패가 안치돼 있는데, 일부 고위급 전범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한·중 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지만 12월에 신사를 방문해 외교적 마찰을 재연시켰고 미국 정부로부터는 도발적 행동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아베의 지지자들에게는 애국적인 행동이겠지만 비판하는 쪽에서는 아베 총리의 역사 왜곡 시도를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라고 반발하고 있다.

아사노 아키노리(85)는 2차대전 말기에 '앵화'(벚꽃)라는 암호명이 붙은 자살특공대에 소속돼 있었다.

특공대원들은 프로펠러가 없는 단발엔진 비행기에 폭탄을 적재한 채 목표물로 뛰어들었다.

적들의 함정으로 날아갈 수 있을 만큼의 연료만 싣고 있어 비행폭탄에 가까웠고 이 때문에 연합군으로부터는 '바카(바보) 폭격기'라는 조롱을 당할 지경이었다.

오는 15일 집에서 홀로 돌아오지 않는 동료를 애도하겠다는 아사노 노인은 일본의 과거를 미화하려는 여하한 시도를 잘못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사노 노인은 "우리가 왜 명령에 복종하고 죽어야 했는지를 묻는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그건 영화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젊은이들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할 수조차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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