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머물던 김 할머니가 '피해자의 한과 고통'을 세상에 알리려고 1995년 4월 그린 것이다.
고령과 지병에도 일본군 만행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신념으로 바늘과 실로 천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꽃을 새기고 그 위에 소녀를 함께 그려 넣은 작품이다.
댕기 머리에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 차림의 한 소녀가 못다 핀 꽃봉오리 앞에 서 있는 모습이다. 무표정한 소녀의 얼굴에는 일본군 '성노예'로 고초를 겪어야 했던 여성의 한과 고통이 묻어난다.
일본군 만행에 의해 미처 피지도 못한 꽃다운 소녀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가로 50㎝, 세로 80㎝ 크기의 원본 그림은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 걸려 있다.
김 할머니는 한을 풀지 못하고 이 그림을 남긴 채 2004년 돌아가셨다.
교황에게는 복사한 그림 액자를 선물할 예정이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18일 미사에 초대된 김군자(88)·강일출(86·이상 나눔의집 거주) 할머니가 죽기 전에 위안부 문제를 꼭 해결해달라는 피해 할머니들의 마음을 담아 교황에게 이 그림을 선물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치심을 무릅쓰고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려왔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한 분, 두 분 한 많은 생을 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이제 54명(국내 49명, 국외 5명)뿐이다.
나눔의 집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외국의 주요 인사들에게 그동안 '못다 핀 꽃' 그림을 선물했다.
2007년 11월 미국 의회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에게, 지난 2월에는 총리 재임 시절인 1995년 8월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아시아 국가에 피해와 고통을 준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에게 이 그림을 각각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