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제조업을 하는 A(60) 씨는 지난 2011년 초 자신을 강남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업자라고 소개하는 남모(68.여) 씨를 만났다.
최고급 승용차에 명품으로 치장한 남 씨와 친분을 쌓은 A 씨는 몇달 뒤 남 씨로부터 이모(35.여) 씨를 소개 받았다.
미모를 갖춘 젊은 여성과의 만남에 들뜬 A 씨는 이 씨와 술자리는 물론 자주 골프를 치러 다녔고, "해외에 골프를 치러 가자"는 이 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이 씨와 함께 베트남의 한 유명 관광지에서 원정 골프를 즐긴 A 씨는 그날 밤 이 씨의 권유로 카지노 도박장에 발을 들였다.
밤새 도박에 빠져든 A 씨는 하룻밤사이 무려 4억 5천만 원을 잃고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앞서 자신에게 이 씨를 소개해 준 남 씨와 이 씨 등이 속한 사기도박단의 계략에 말려든 것이다.
경찰조사결과 나모(61) 씨를 총책으로 하는 사기도박단은 이 씨와 같은 이른바 꽃뱀을 동원해 재력가에게 접근한 뒤 원정 골프를 미끼로 이들을 사기도박장으로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의 유명 관광지에 5차례에 걸쳐 사기도박장을 차렸으며, 5명의 재력가들로부터 12억 원의 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전문 도박꾼을 동원해 미리 조작된 카드인 '탄카드'를 이용, 밑장빼기 등의 수법으로 사기도박을 진행했으며, 바람잡이를 투입해 베팅 금액을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총책과 자금관리책, 카지노 매니저, 전문 사기도박꾼, 바람잡이 등 세밀하게 역할을 분담해 진행하는 이들의 사기도박 행각에 A 씨 등 피해자들은 억 대의 돈을 탕진하고도 피해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해외에 사기도박장을 열어 거액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나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나 씨 일당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술을 마시고 정신이 몽롱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약물 사용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