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인권위에 따르면 경남의 한 병원 총무과장으로 일하는 A씨는 작년 5월 사무실에서 부하직원 B씨에게 수차례 성희롱 발언을 했고, B씨는 인권위와 지역 고용청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조사결과 A씨가 "아기 낳은 여자랑 처녀 몸이 눈으로 봐서 다릅니까", "남자가 술 먹으면 ○○가 서잖아요" 등 일상적 대화 수준을 벗어난 말을 해 B씨가 성적 혐오감과 굴욕감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진정 사실을 안 후에는 B씨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아무것도 아닌 것 갖고 왜 성희롱이라 하느냐"는 등 폭언했다며 폭행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는 A씨에게 인권교육을 받고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 1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병원장에게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각각 권고했다.
권고를 받아들인 병원장과 달리 정작 사건 당사자인 A씨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인권위에 통보했다. 문제 발언을 한 것은 인정했으나 "고용청과 경찰 조사에서도 성희롱 판단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고용청 조사의 경우 A씨가 출석하지 않아서 진정이 종결된 것이고, 경찰에는 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성희롱 여부는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조사 매뉴얼에 따라 성희롱 사건은 공표하지 않지만, 인권위는 A씨에게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판단해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표했다.
인권위가 내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특별히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인권위로서는 최후의 조치를 한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보통 성희롱의 경우 가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우려해 거의 공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A씨가 반성은커녕 뻔뻔함으로 일관해 공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