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침략역사 지우기…전쟁 유적 사라진다

침략 전쟁의 역사를 보여주는 일본 내 기록물이나 관련 유적이 곳곳에서 철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쿄신문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나라(奈良)현 덴리(天理)시에 설치된 야마토(大和)해군항공대 야마토기지(일명 야나기모토<柳本>비행장) 유적지에 설치된 안내판이 4월 시에 의해 철거됐다고 13일 보도했다.

여기에는 "조선인 여성이 강제 연행됐다"는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시는 '근거 없는 설명'이라는 항의가 이어지자 안내판의 내용이 시의 공식견해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20년 가까이 설치됐던 안내판을 없애버렸다.

나가노(長野)시가 마쓰시로(松代)대본영' 조잔(象山) 지하호 입구 간판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동원했다는 서술 가운데 '강제적으로'라는 문구가 보이지 않도록 테이프를 덧붙인 것도 확인됐다.

미에(三重)현 스즈카(鈴鹿)시의 해군항공대 격납고는 시설을 보유한 NTT서일본이 해체했다.


오키나와(沖繩)현 마에다(前田)고지 후방진지 유적은 올해 구획 정리 과정에서 해체됐다.

아직 실행 전이지만 철거가 예정돼 있거나 철거를 요구받는 전쟁 기록물도 있다.

전쟁 중 도쿄도 무사시노(武藏野)시에 설치돼 있다가 1944년 11월 24일 미군의 공습 표적이 됐던 나카지마(中鳥)비행기제작소의 변전실은 시가 공원 정비를 위해 철거하기로 한 상태다.

시즈오카(靜岡)현 시마다(島田)시에 있는 이른바 '제트(Z)연구' 유적도 하천 공사 때문에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 유적지는 태평양 전쟁 말기 미군 폭격기 B29에 전자파를 쏴서 조종 불능상태로 만들려고 연구가 진행된 곳으로 작년에 발굴·조사됐다.

조선인 희생자에 관한 기록은 한일 관계 악화와 우익 세력의 반발에 존립 위기를 겪고 있다.

군마(群馬)현 다카사키(高崎)시의 조선인 추도비가 대표적이다.

추도행사 때 정치적 발언이 있었다는 것을 이유로 현이 징용 조선인 추도비 설치 허가 갱신을 보류했다.

나가사키(長崎)시의 한국인 피폭자 위령비는 우익 세력의 항의 때문에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

전쟁유적보존전국네트워크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히로시마(廣島) 원폭 돔을 비롯해 전쟁 유적이 일본 전국에 3만 개소가 있으나 이 가운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보호받는 것이 216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태평양 전쟁을 경험한 생존자가 전체 인구의 20%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유적마저 차례로 철거되고 있어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려는 이들 사이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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