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자유형 부활 꿈꾸는 이승철·윤준식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김현우(삼성생명)의 활약으로 8년 만에 금맥을 잇고 명예 회복에 성공한 한국 레슬링의 두 번째 꿈은 '자유형의 부활'이다.

1976년 몬트리올에서 양정모가 건국 이후 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한국 레슬링을 이끈 종목이 자유형이었지만,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의 박장순 이후 금맥이 끊겼다.

아시안게임에서도 2002년 부산 대회가 한국 자유형 레슬링이 정상에 오른 마지막 해였다.

모든 선수가 자유형에서 시작하던 과거와 달리 학교 레슬링에서부터 그레코로만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선수 자원이 줄어든 것이 자유형의 축소로 이어졌다.

자유형의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장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한국 레슬링은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자유형의 금맥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내가 딴 모든 메달을 팔아서라도 꼭 금메달을 일구고 싶다"고 심정을 밝힌 박 감독이 기대를 거는 선수는 57㎏급의 윤준식(23·삼성생명)과 이승철(26·상무)이다.

이승철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대표로 선발돼 꾸준히 실력을 기른 대표팀의 '중견'이고, 윤준식은 이번에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패기 넘치는 신예다.

이달 그리스와 루마니아에서 치른 국제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러시아 등 강국의 선수들을 격파하고 우승하는 등 최근 페이스가 좋다.

이승철은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집중적인 훈련을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어느 순간 '레슬링을 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패기와 체력만으로 덤벼 억지로 포인트를 따내려 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언제 어떻게 공격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레슬링을 보는 눈이 한 단계 성숙한 셈이다. 이승철은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 재미있다"고 웃었다.

태극마크를 꽤 오래 달고 있었지만, 이승철은 아직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첫 종합대회이던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8강을 넘지 못했고, 런던올림픽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이승철은 "광저우는 처음 나선 큰 대회였고, 런던에서는 자유형에 두 명의 선수밖에 출전하지 못해 부담이 컸다"면서 "군대 문제까지 걸려 있다 보니 경직돼서 내가 생각하던 그림대로 경기하지 못했는데, 인천에서는 구상대로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메달 전망을 묻는 말에 "할 수 있다기보다, 이제는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수 생활의 꽃을 피우는 것은 물론이고, 11월 화촉을 밝힐 예정인 예비 신부에게 결혼 선물로 금메달을 안기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이승철은 "국가대표 생활과 겹치는 6년간 여자친구와 만났는데, 그동안 태릉에서 생활하기에 뭘 해줄 수 있는 시간이 없었음에도 오히려 나를 위로해준 사람"이라며 깊은 미소를 지었다.

4년 전만 해도 장난꾸러기 같던 이승철이 어느새 성숙한 선수로 성장한 사이에, 새로 자유형 대표팀의 '활력소'로 등장한 막내가 윤준식이다.

윤준식은 올해 대한레슬링협회가 2년 뒤 올림픽을 대비해 발표한 '금메달 프로젝트'에서 중점 육성 선수로 선발되는 등 일찌감치 '될성부른 떡잎'으로 꼽혀 온 선수다.

첫 성인 대표팀에 선발된 소감을 묻자 "기분이 좋긴 했지만, 이 자리는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할 만큼 당찬 패기가 돋보인다.

씨름을 하다가 체격이 작아 중학교 1학년 때 레슬링으로 종목을 바꾼 윤준식은 다른 어린 선수들보다 자세와 태클 등 기초를 탄탄히 닦았고, 근성이 좋아 고된 훈련을 견디며 체력을 길렀다.

최근 국제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라 자신감이 붙은 윤준식은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상상하곤 한다며 웃었다.

그는 "자유형이야말로 레슬링의 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자유형이 힘들지만, 이번에 해내는 장면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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