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시험용 치료제 허용…부작용 책임소재 등 논란 예상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험단계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의 사용을 허가함에 따라 앞으로 투약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 등을 둘러싸고 책임소재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WHO는 12일(현지시간) 에볼라 발병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일정한 조건이 맞는다면 아직 치료나 예방에 있어 그 효과나 부작용 등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시험단계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이라며 이의 사용을 권고했다.

또한 현재와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 의학적 치료 가능성을 평가해볼 도덕적 의무도 있다고 전제하면서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료를 공유하고 취합해 새로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시험단계의 치료제 투약에 앞서 치료 과정의 투명성, 환자의 사전 동의, 선택의 자유, 익명성, 환자에 대한 존중, 인간 존엄성의 유지, 지역사회의 기여 등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애초 의학계에서 기대했던 절대적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분배 기준이나 투약에 있어서의 우선순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이달 말 의료 윤리위원회를 다시 열어 이용 가능한 시험적 단계의 치료제 등을 논의하면서 재차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WHO의 이 같은 입장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효과를 보았다는 '지맵'(ZMapp) 등에 대해 서아프리카 국가 등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데다 미국 등이 이미 시험용 치료제의 사용을 승인한 것 등을 감안해 일단 사용을 권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험단계 치료제 허용의 핵심인 치료제의 분배나 투약 우선순위 등의 기준 설정은 다음 회의로 미뤘다.

WHO의 한 관계자는 "WHO의 시험단계 치료제 사용 허가는 일종의 권고 내지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으로 회원국들이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별 회원국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시험용 치료제가 위험해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사용을 금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WHO 사무부총장인 마리 폴 키에니 박사는 "WHO는 누가 어느 시점에 어떤 시험용 치료제를 얻게 되는지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WHO는 현재 사용 가능한 시험용 치료제의 정확한 숫자를 모르며, 시험용 치료제 사용으로 에볼라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는 잘못된 희망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제약회사가 개발한 시험단계의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이 효과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키에니 박사는 "투약한 사람의 숫자 자체가 너무 적어 효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일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제약회사가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키에니 박사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문제는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좋은 의도에서 환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키에니 박사는 아울러 "이번처럼 이례적으로 시험용 치료제 사용을 허용한 것은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의료체계가 매우 취약하고 매우 광범위하게 발병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에볼라는 기본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이라서 '시장의 실패'를 경험했고 결과적으로 치료제가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WHO가 급박한 상황에서 시험용 치료제의 사용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이례적으로 제시했지만 투약의 효과나 부작용에 따른 책임 문제는 물론 절대 물량이 부족한 시험단계 치료제의 분배 기준, 투약의 우선순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험단계 치료제인 '지맵'을 투여했던 스페인 신부가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사망함에 따라 앞으로 시험단계 치료제의 투약이 증가하면 약의 효능과 부작용, 공정한 분배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불거져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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