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동부 인도주의 지원 강행 왜?

親러 동부 지역에 연대감 과시…구호활동으로 국제여론도 만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거듭된 경고에도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한 인도주의 지원단을 출발시켰다.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의 교전으로 재난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민들에게 전달할 약 2천t의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280여 대가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인근 지역을 떠나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줄곧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강경 진압작전으로 인구 100만 명의 도네츠크와 40만 명의 루간스크가 재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인도주의 지원을 촉구해왔다.

우크라 정부군이 반군이 최후 보루로 진을 친 두 도시를 완전 포위한 뒤 시내로 포격을 계속하면서 전기와 상수도 공급이 끊기고 식량과 식수, 의약품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도시에 남은 주민들이 최악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상황이 심각하다며 긴급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반군 소탕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어느 정도의 민간인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진압 작전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러시아의 개입에 거부 입장을 밝혀왔다.


서방도 러시아가 인도주의 지원을 군대 투입을 위한 명분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이었다.

우크라이나 및 서방과의 조율이 원활하지 않자 러시아는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행렬을 먼저 출발시키는 강수를 뒀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러시아계 주민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지원 의지와 연대감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계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는 의미도 담겼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의 인도주의적 측면을 부각시켜 자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국제 여론을 만회하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부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군사작전을 강행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이들을 지원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노력이 대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원단의 입국을 거부하면 이 또한 우크라이나를 몰아붙이는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고사 상황에 처한 친러시아 반군에 물자 공급을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원된 물자가 어차피 반군 진영으로도 흘러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우려하듯 인도주의 지원이 러시아의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원단 호위를 위해 러시아가 군대 동행을 요구할 수 있고 지원단 행렬이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빌미로 군대를 투입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사회변혁연구소 소장 올렉 소스킨은 러시아 신문 'RBK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구호물자 지원은 분리주의 반군을 도우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인도주의 차량행렬이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는 이를 군사개입의 명분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호물자 지원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가 열리고 나면 러시아가 곧바로 평화유지군을 투입할 것으로 관측했다.

모스크바의 '정치 교육·컨설팅 센터' 소장 올렉 쿠디노프는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주의 통로 확보는 평화유지군 파견을 위한 전조"라며 "평화유지군 투입 뒤에는 우크라이나 영토 분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페테르부르크 정책 연구소' 소장 미하일 비노그라도프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실제로 구호물자 지원단을 러시아 군대가 무장 호위하게 되면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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