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제 '카마즈'(Kamaz) 트럭 280여대가 이날 이른 아침 모스크바 남서쪽 외곽 모스크바주(州)의 나로포민스크를 떠났다.
트럭 행렬은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남서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는 모스크바에서 약 1천km 떨어져 있다.
모스크바주 주정부는 "모스크바와 모스크바주 주민들이 모은 2천t의 구호물품을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정부는 인도주의 지원품이 곡물 400t, 설탕 100t, 유아식 62t 등 식량과 약품·의료품 54t, 침낭 1만2천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트럭들은 인도주의 지원 차량임을 표시하기 위해 모두 흰색으로 칠해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이날 "구호물자 행렬이 우크라이나와 조율된 장소를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호물자 운송은 러시아 트럭들이 담당하지만 운송 과정은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주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렘린궁 공보실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전화통화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와 협력해 인도주의 지원단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방침임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공보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정부군의 군사작전으로 인한 재앙적 결과에 주목하고 이 지역에 서둘러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바호주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크렘린궁의 발표 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우크라이나 동부로 구호물자를 운송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전에 러시아로부터 상세한 정보를 받고 자체 요원들의 안전을 보장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은 모든 당사자의 참여와 지원을 받아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황을 미뤄볼 때 러시아는 아직 국제적십자위원회, 우크라이나 정부 등과 구호물자 지원에 대한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차량행렬을 출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재난 상황을 긴급한 지원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군대를 투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사이에 무력 충돌이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8만5천여명이 피란 길에 오르고 이 가운데 7만3천여명이 러시아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그러나 앞서 "러시아가 인도주의 구호 명목하에 그러한 작전(군대 투입)을 펼치기 위한 여건을 만들고 군대를 집결시키는 것을 보고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9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인도주의 지원 등을 핑계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 개입하면 추가 제재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페스코프 공보실장은 이와 관련 "러시아 군대는 구호물자 수송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주의 구호물자 지원이 군사작전을 위한 구실이라는 서방의 주장은 헛소리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