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TV 중계진의 카메라는 잠시 경기장을 떠나 관중석에서 도화지에 그린 태극기를 들고 텍사스를 응원하던 무리를 향했다.
텍사스 유니폼과 입양기관인 딜런 인터내셔널의 흰색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입양가족으로 이뤄진 다국적 응원단이었다.
한국 또는 아시아계 소년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가족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야구장에서 즐겁게 지내도록 해준 텍사스의 톱타자 추신수(32)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텍사스 구단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추신수는 텍사스 지역에 입양가족이 많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구단에 "올 시즌 입양 가족을 홈경기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건넸다.
홈경기가 열리는 월요일, 총 4차례 입양가족을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 초청하겠다는 추신수의 결심을 들은 텍사스 구단은 관련 기관의 협조로 입양 가족을 추려 이날까지 2∼3차례 초대 이벤트를 진행했다.
추신수는 30∼40명에 이르는 입양가족의 입장권을 직접 사서 구단 관계자를 통해 전달한다.
추신수는 이런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주전으로 입지를 다진 2008년 이래 크고 작은 선행을 펼쳐왔다.
메이저리거 최저인 연봉 46만 1천 달러를 받다가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넘겨 397만 5천 달러로 연봉 수직 상승을 경험한 2011년, 추신수는 한국계 은행인 한미은행과 손잡고 '추 파운데이션'이라는 자선 재단을 발족해 '기부천사'로 본격 나섰다.
그는 홈런과 도루 1개당 1천 달러씩 적립해 불우 아동을 돕는 일을 4년째 하고 있다.
텍사스와 7년간 장기 계약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올해에는 기부 대상을 국내 불우 이웃으로 넓혀 저소득층 가정 아동을 위해 1억원을 기부하고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기회가 생길 때마다 추신수가 지역 커뮤니티에 남몰래 기부금을 낸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예상치 못한 왼쪽 발목 부상으로 어느 해보다 어려운 시즌을 겪고 있지만 추신수는 팬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봉사 정신만큼은 굳은 심지로 지켜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