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격퇴가 급선무'…美, 관행 깬 무기지원 결정

독립추진하는 쿠르드군에 '직접 무기지원' 위험 감수

미국이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이라크 중앙정부에만 무기를 팔아온 관행을 깨고 쿠르드군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강수를 뒀다.

무기지원이 쿠르드족의 독립을 부추겨 이라크 통합을 해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IS의 세력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직접 무기를 사게 해달라는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요청을 번번이 거부하고 중앙정부와만 무기 거래를 해왔다.

이중에는 KRG 몫의 무기도 포함돼 있었지만 시아파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중앙정부에서는 쿠르드족 세력 강화를 우려해 무기를 넘겨주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에도 중앙정부를 통한 무기 전달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직접 전달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익명 당국자를 인용, "미국이 이라크 중앙정부를 통해 무기 전달을 시도했지만 속도가 느렸고 결국 중앙정보국(CIA)을 동원해 쿠르드군에 직접 공급로를 마련했다"로 보도했다.

무기지원 결정에는 미국의 공습만으로 IS를 격퇴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이 IS의 진격 속도를 늦추기는 했지만 IS의 전력에 중대한 타격을 준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공습을 현 수준에서 확대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IS 격퇴가 쉽지 않은 현실과 제한적 공습 이상의 군사개입을 원치 않는 미국의 고민 속에 쿠르드군에 대한 직접 무기지원이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IS가 이라크 정부군에게서 탈취한 미국 무기를 사용해 KRG 수도 아르빌로 진격하는 반면 쿠르드군 수중에는 미국 무기가 없다는 역설적 상황도 무기지원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을 비롯한 쿠르드 지도자들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IS에 반격할 수 없다며 무기지원을 호소해왔다.

쿠르드군에 대한 직접적 무기지원은 이라크 중앙정부에만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읽힐 여지가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무기지원에) 새로운 게 없다"고 의미 부여를 꺼렸지만 국방부 쪽에서는 정책 변화라는 해석에 반박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쿠르드군이 당장은 수도로 밀고 들어오는 IS 격퇴를 위해 정부군과 이례적으로 협력하고 있지만 KRG가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무기지원이 미국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무기지원에 대해 "이라크의 장기적 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치명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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