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넥센의 11일 목동 경기. 정규리그 1, 2위에 팀 타율과 팀 홈런 1위 팀의 대결이었다. (11일까지 삼성은 타율 3할3리를 찍었고, 넥센은 152홈런으로 2위 삼성에 30개 차로 앞섰다.)
승부는 연장 10회 끝에 삼성의 7-6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패한 넥센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만했다. 엎치락뒷치락 힘의 균형이 양 쪽을 오가는 팽팽한 긴장감을 안겨준 명승부를 펼쳤다.
▲삼성, 넥센 홈런 맹공에 저력으로 맞서다
포문은 넥센이 먼저 열었다. 1회 넥센 주장 이택근이 삼성 외국인 에이스 벤덴헐크를 상대로 벼락같은 우월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삼성도 곧바로 맞받아쳤다. 2회 레전드 이승엽이 넥센 선발 소사로부터 역전 우월 2점 아치를 그려냈다. 역대 팀 통산 첫 번째 3900호 홈런이었다. 삼성은 3회도 채태인의 2루타로 1점을 추가, 3-1로 달아났다.
그러나 넥센은 올해 독보적인 홈런 1위 팀. 4회 박병호가 시즌 36호 대형 중월 2점포로 벤덴헐크를 시원하게 두들겼다. 5회는 이택근이 재역전 2점 좌월 아치를 쏘아올렸다. 박병호는 이후 적시타로 점수를 6-3으로 벌렸다.
하지만 삼성은 저력의 팀. 경기 후반 집중력을 발휘했다. 6회 이승엽의 병살타로 1점을 쫓은 삼성은 8회 최형우가 지난해 홀드왕 한현희로부터 동점 2점 홈런을 날렸다. 연장 10회에는 이승엽이 지난해 구원왕 손승락에게 결승타를 뽑아내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삼성, 넥센은 각각 11개, 10개의 안타를 날렸다. 재미있는 것은 상위 타순에서만 안타가 나온 점이다. 두 팀 모두 1~5번 타자까지만 안타를 기록했고, 6~9번은 침묵했다. 그만큼 중심 타자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는 뜻이다.
▲거포 1명씩 빠져도 품격 높은 타격전
이날 양 팀 중심 타자 1명씩이 빠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 박석민은 옆구리 통증으로, 넥센 유한준은 9일 삼성전 몸에 맞는 볼로 결장했다. 박석민은 올해 홈런 7위(23개)에 타율 3할1푼8리 64타점, 유한준은 타점 7위(76개) 타율 3할2푼2리 17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그런데도 두 팀은 수준높은 타격전의 진수를 선보였다. '만약'은 부질없지만 박석민-유한준 두 타자가 가세했다면 또 승부가 어땠을지 상상해볼 만하다.
공교롭게도 대신 투입된 타자들이 다소 부진했다. 삼성 조동찬은 3루수 6번 타자로 나와 4타수 무안타 1볼넷을, 넥센 이성열은 3번 우익수로 나와 5타수 1안타를 쳤다. 이성열은 2루타와 득점 1개씩을 올렸지만 누상에 주자가 나간 3번 타석에서 2삼진, 유격수 뜬공에 그쳐 조금 아쉬웠다.
올해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진 시즌으로 꼽힌다. 리그 타율 2할9푼2리와 평균자책점 5.34는 1999년의 .276과 4.98을 훌쩍 넘어선 상황. 붕괴된 마운드와 실책 연발에 따른 실망스러운 다득점이 많아 경기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11일 삼성-넥센전은 '이런 게 바로 타격전이다' 찬탄이 나올 만한 승부였다. 강타자들의 힘찬 스윙이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여름 밤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11일 경기 후 두 팀의 승차는 8경기로 벌어졌다. 삼성의 정규리그 4연패가 유력한 가운데 넥센도 NC와 3경기 차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삼성의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넥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허설부터 화끈하게 품격 높은 타격전을 펼친 두 팀이 향후 어떤 대결을 펼치게 될지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