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리 선출 놓고 내분…정정 불안 고조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의 세력 확장으로 국가 통치력을 시험받고 있는 이라크 중앙정부가 새 총리 선출을 둘러싼 내분으로 설상가상의 위기에 직면했다.

푸아드 마숨 이라크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하이데르 알아바디(62) 국회부의장을 새 총리로 지명했다.

이에 누리 알말리키 현 총리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이라크 중앙정부는 두 명의 총리가 서로 합법성을 주장하는 혼란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정부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알아바디 총리 지명자는 30일 안에 새 정부를 구성,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알아바디 총리 지명자는 마숨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구성을 요청받은 직후 국영방송을 통해 "우리 모두 이라크에서 테러단체를 척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국민 통합을 촉구했다.

하지만 알말리키 총리도 TV 연설에서 마숨 대통령이 "헌법과 정치과정에 역행하는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비난하고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바그다드 곳곳에는 알말리키 총리에게 충성하는 보안군이 배치되고 지지자 수백명이 보안군의 호위 속에 시위에 나서 폭력사태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 정계에서도 알말리키 총리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고 있어 알말리키가 현재의 입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의회 내 최대 정파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게 돼 있는 규정에 따라 의회 내 최대 정파 '법치연합'의 대표인 자신이 총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알아바디 지명자 역시 같은 정파 소속이어서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법치연합은 물론 최고이슬람이라크위원회 수장인 암마르 알하킴이 이끄는 알무와틴연합 등이 참여한 집권 시아파 연합체 '국민연대'는 이미 알아바디 지지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알아바디 지지를 분명히 선언한 점도 알말리키 총리에겐 큰 부담이다.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새 총리 지명 직후 자신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알아바디 지명자에게 전화해 미국 정부의 지지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이라크 북부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이슬람 국가에 맞서기 위해 쿠르드자치정부(KRG) 군대에 직접 무기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도 알말리키 정부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알말리키 총리가 집권기간에 수니파 장교들이 차지하고 있던 군 요직을 자신에게 충성하는 시아파 장교들로 교체, 군부에 상당한 지지세력을 구축한 점을 지적하며 정권 이양이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출신 이라크 전문가인 리처드 브레넌은 "미국은 2010년 알말리키 총리가 군부 지배권을 구축하는 것을 우려했었다"며 "그럼에도 알말리키 총리는 유능한 장교들을 자신에게 충성하는 덜 유능한 장교들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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