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터프츠 대학 조직공학센터실장 데이비드 카플란 박사는 2가지 생물소재로 이루어진 스펀지 모형(scaffold)에 쥐의 뉴런을 심어 핵심 뇌구조를 갖춘 3차원 유사 뇌조직을 만들어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영국의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시험접시에서 뉴런을 배양해 2차원 구조의 뇌조직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뇌의 핵심 구조인 회색질(grey matter)과 백질(white matter)을 갖춘 이 3차원 뇌 조직은 최장 2개월까지 생존했다고 카플란 박사는 밝혔다.
그의 연구팀은 우선 실크 단백질과 콜라겐 젤 등 물리학적 성질이 다른 2가지 생물소재로 도넛 모양의 스펀지 모형을 만들었다.
이어 뇌를 구성하는 회색질과 백질 조직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스펀지 모형에 쥐의 뉴런을 심고 도넛의 중심은 콜라겐 젤로 채웠다.
며칠이 지나자 뉴런이 스펀지 구멍들 주위에 기능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다란 축삭돌기를 스펀지 중심에 있는 젤 속으로 뻗으면서 도넛의 반대쪽에 있는 뉴런과 연결됐다.
이렇게 도넛 스펀지는 겉은 뉴런의 세포체가 집중된 회색질과 속의 중심부에는 축삭돌기가 뻗어있는 백질로 뚜렷한 구분이 이루어졌다.
인간의 대뇌는 신경세포체로 구성된 겉 부분인 피질(회색질)과 신경세포를 서로 연결하는 신경섬유망이 깔려있는 속 부분인 수질(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 후 몇 주 동안 연구팀은 3차원의 유사 뇌조직에서 자라는 뉴런의 건강과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는 동시에 2차원 환경에서 콜라겐 젤에만 심은 뉴런과 차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3차원 조직 속의 뉴런은 뉴런의 성장과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이 2차원 조직 속의 뉴런보다 훨씬 활발하게 나타났다.
또 3차원 조직 속의 뉴런은 안정적인 대사활동을 유지해 최장 2개월까지 생존한 반면 2차원 조직 속의 뉴런은 24시간이 되기 전에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이밖에 3차원 조직 속의 뉴런은 신경독(neurotoxin)에 전기생리학적 반응패턴을 보이는 등 정상적인 뇌에서 나타나는 전기활동과 반응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 3차원 유사 뇌조직에 여러 높이에서 무거운 것을 떨어뜨려 이에 대한 뉴런의 전기적, 화학적 활동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동물을 이용한 뇌 외상 실험에서 나타난 것과 비슷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유사 뇌조직으로는 뇌 외상에 대한 뉴런의 반응을 즉각 추적할 수 있을 뿐아니라 손상의 수리가 어떻게 시작되며 장기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고 카플란 박사는 설명했다.
이 도넛 모형을 6개의 동심원 구조로 개조해 각 동심원에 서로 다른 형태의 뉴런을 심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는 밝혔다.
이는 서로 다른 뉴런이 존재하는 6개층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대뇌피질과 유사한 조직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뇌 조직을 만들 수 있다면 언젠가는 기억이 어떻게 뇌에 저장되고 뇌가 어떻게 통증을 감지하는지 같은 보다 깊은 질문들에 대한 해답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같은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의 규명과 치료제 효과의 신속한 확인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8월11일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