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평화' 가자…쉼터·전기 부족에 고통 여전

주택 파괴된 주민은 유엔학교·병원 등에서 '콩나물 생활'

11일 오후(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시파 병원 주차장에서 만난 아마자드 알나자르(25)는 섭씨 35도가 넘는 아스팔트의 열기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얼굴에 맺혀 있다.

그는 주차장 한쪽에 파란색 대형 천과 담요 2장으로 하늘만 간신히 가린 천막 안에서 한 달 가까이 노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천막은 알나자르와 그의 부인, 자녀 3명, 사촌을 포함해 일가족 10명이 머무는 약 16㎡(약 5평) 면적에 그늘을 제공했다. 기자가 찾았을 때 그와 사촌만, 4살된 아들이 천막을 지켰고 나머지 가족은 한낮의 더위를 피해 인근 건물과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

알나자르는 가족과 함께 살았던 가자 북부 셰자이야의 집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되면서 병원 주차장을 자신의 쉼터로 선택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스라엘 공습을 피해 유엔학교로 갔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 머물 공간이 없었다"며 "유엔학교도 (이스라엘 공격에) 안전하지 않은 거 같아 결국 병원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알나자르 가족은 유엔과 NGO 단체 등이 제공하는 음식과 직접 요리해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했다. 천막 모퉁이의 아스팔트 위에는 파란색 가스통과 조리 도구가 놓여 있다.

알나자르가 애초 머물기 원했던 유엔학교의 생활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가자 북부 자발리야에 있는 유엔학교에는 입구에서부터 복도, 교실 등 그늘진 모든 곳이 어린이들과 여성들로 몹시 붐볐다.

이 학교에 있는 전체 21개 교실에 모두 3천537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이 학교 책임자인 자이드 유세프(45)는 말했다. 한 교실에 평균 100명 이상이 머무는 셈이다.

이곳에 거처를 정한 17세 이하 어린이는 1천822명에 달하고 여성도 1천500명이 넘는다.

유세프는 "가족들이 교실을 교대로 사용하는 데다 낮에는 친척이나 지인 집, 밖으로 외출하기 때문에 학교 전체가 항상 붐비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2층짜리 건물 1개와 단층 건물 2개로 이뤄진 학교를 둘러보니 여성과 갓난아기들이 방과 복도에 주로 머물러 있었다. 유치원 또는 초등학생 또래 어린이들은 모두 운동장과 복도에 모여 앉아 있거나 주변을 오갔다.

유세프는 "음식과 식수는 지원을 받아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많은 인원이 협소한 장소에 함께 머물다보니 화장실과 같은 위생 문제와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전기가 교실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 점도 생활하기에 큰 애로 사항이다.

가자에 단 하나밖에 없는 화력발전소가 지난달 말 이스라엘군의 탱크 포격으로 완전히 파괴되면서 가자의 전력 사정은 더욱 악화했다고 한다.

만성적 전력 부족으로 가자의 일반 주택에는 애초 하루에 5시간 정도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가 발전소 파괴 이후에는 하루 오전 7~10시 3시간만 전기가 공급된다고 가자 주민들은 말했다.

이 때문에 가자에서는 10가정 가운데 3~4가정꼴로 발전기를 구입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가자 내 수도관 시설의 상당수도 공습으로 파괴돼 많은 주민이 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지 주민은 전했다.

가자 남부에 있는 칸유니스 지역 역시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었다.

주민 대부분은 집 안의 열기를 피하려고 바깥으로 나와 건물이나 나무 그늘에 앉아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잡담을 나눴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피해가 컸던 칸유니스의 한 마을에서는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임시 휴전을 맞아 청년들이 나무 빗자루를 들고 거리를 청소하는 장면이 보였다. 부서진 잔해를 치우고 쓸만한 물건을 찾는 일부 청년들의 모습도 눈에 띄였다.

이 마을에 산다는 무함마드(21)는 "집이 많이 부서졌지만, 이 집 말고는 우리가 살 터전이 없다"며 "당장은 친척 집에 머물 수 있어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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