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 경질로 윤 일병 사건 책임론에 선을 긋는 동시에 김 실장에게는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민구 장관은 어제(10일) 감사관으로부터 감사경과를 보고 받았다"며 "그 자리에서 '이 사안은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당시 윤 일병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김 실장과 권 전 총장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게 주요 내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윤 일병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일면서 김 실장 책임론이 거세지자 국방부가 밝힌 내용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윤 일병 사건의 전말이 공개된 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기자실을 찾아 "김 실장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8일 관련 보고를 받았지만, 그 이후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공지했다.
실제로 8일 오전 국방부 조사본부는 김 실장에게 A4용지 1장짜리 분량의 '중요사건보고'를 통해 윤 일병이 쓰러진 당일 발생한 폭행·가혹행위 사실과 함께 "병영부조리 확인 결과 사고가해자들이 윤 일병이 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김 실장에게 간단한 보고를 한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날 오후 윤 일병에게 가해진 끔찍한 폭행·가혹행위 내용이 상세하게 담긴 15쪽 분량의 28사단 수사보고서를 온라인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방부 감사관실이 벌이는 감사의 핵심은 조사본부가 이같은 28사단 수사보고서 내용을 김 실장에게 추후에 전달했는지 여부이며, 잠정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권 전 총장에 대한 감사결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건 발생을 계기로 김 실장 주관 특별 군기강확립 대책회의가 개최됐고, 이어 5월 1일에는 육군참모총장 주관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가 열렸다는 점에서 1장짜리 보고서가 보고의 전부였다는 감사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권 전 총장 사퇴를 끝으로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을 마무리하기 위해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꼬리자르기'를 한다는 의혹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육군 참모총장이 책임을 진 것이면 책임을 다 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전시국가이자 휴전국가인데 안보의 책임자가 흔들리고 자주 바뀌는 것은 옳지 않다"고 김 실장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