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군 인권 침해 관련 진정은 모두 1,177건.
이중 인권위가 진정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긴급구제나 권고 등 구제조치를 내리는 '인용' 처리한 사건은 겨우 75건뿐으로 전체 진정 사건의 6.4%에 불과했다.
반면 조사할 요건을 갖추지 못해 조사를 종결하는 '각하' 처리 사건은 875건(74.3%), 인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기각' 처리한 사건은 213건(18.1%)이나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 인권 침해에 대한 진정은 2009년 78건에서 지난해 165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지만, 매해 인용률은 3∼6%에서 제자리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각하율이 높은 이유는 인권위가 군대 안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부와 폐쇄된 군대에서는 조직적으로 진정인을 회유·압박해 취하하도록 강제하거나, 피해자가 2년의 군 복무 기간이 지난 뒤에야 진정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각하 사유 중 진정인 스스로 취하한 경우가 507건(58%)으로 절반을 넘었고, 사건 발생 1년이 지나 진정이 접수된 경우는 160건(18.3%), 재판·수사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는 87건(9.9%)이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측은 "단순히 각하 비율만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제도적 한계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대부분 조사 중 해결됐으니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며 취하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면서도 "진정인 대부분이 진정 요건을 알지 못하는 만큼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인권위 법안이 제정될 때부터 조사권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논란이 많았다"며 "사안마다 직권조사할 수도 없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도적 한계를 넘어 피해자 중심의 시각에서 각하된 사건이라도 다시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인권위 구성원은 대부분 법률가 출신인데, 인권 침해는 증거 중심주의가 아닌 피해자 중심주의로 다뤄야 한다"며 "인권적인 측면에서 조사와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한계라는 인권위의 해명에 대해서는 "한두 명도 안 되는 조사 인원으로 진정 사건을 담당하니 조사 역량도 매우 부족하고, 사건을 파헤칠 여건도 되지 않는다"며 "국회 산하에 국방감독관 제도를 두는 등 군 인권문제를 전담할 독립적 상설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