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잔꾀에 공무원은 '허수아비' 역할

편의점 CU, 법 허점 이용해 담배판매권 얻는 사이 관할 부산진구청 '무사통과'

(이미지비트 제공)
대기업 체인 편의점인 CU가 담배판매권을 가진 개인 편의점을 상대로 영업 포기를 종용하며 갖은 회유와 압박을 일삼았다는 주장[8.8 CBS 노컷뉴스 "목 좋은데 줄 테니 나가라" CU, 개인 편의점 밀어내기 논란] 이 제기된 가운데 회유에 실패한 CU 측이 법의 허점을 노려 담배판매권을 얻어 내는 사이 허가권을 가진 관할 부산진구청은 사실상 허수아비 역할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주상복합 건물 1층에 CU 편의점과 개인 편의점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

CU 측은 애초 담배판매권을 소유한 개인 편의점을 상대로 영업포기를 종용하며 담배판매권을 얻어내려다 업주의 거절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난 지난달 중순부터 어찌 된 일인지 CU 편의점에서도 담배를 팔기 시작했다.

건물 외부 통로를 막고 내부에 출입문을 내는 수법으로 담배 판매에 거리 제한이 없는
구내매점으로 둔갑해 담배판매권을 따낸 것이다.

사실상 법의 허점을 이용해 골목시장에 침투한 것인데, 허가권을 가진 부산진구청은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순순히 CU 측이 담배를 팔 수 있도록 했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연면적 2천㎡의 6층 이상 건물에는 내부점포 허가가 가능하다는 현행법상 허가를 반려할 명분이 없었다"며 "CU 측이 앞서 담배판매권을 얻기 위해 개인 편의점 업주를 회유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50m 이격 거리가 필요한 일반 담배소매업 허가와 달리 거리 규제를 받지 않는 내부 점포에 대한 담배판매권은 관할 구청의 조례를 기준으로 담당자의 재량이 발휘될 수 있다. 해당 건물과 주변 여건에 따라 반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산의 다른 기초단체 담당자들은 400세대에 불과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10m 거리에 또하나의 담배 소매업을 허가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모 구청 담당자는 "입점한 건물이 유동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명백히 담배판매권을 위한 내부점포 전환으로 보인다"며 "일반 소매업과 내부점포 판매의 기준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10m 거리에 또 하나의 담배판매권을 허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기업의 막무가내식 골목시장 진출도 막기 위해서라도, 공무원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현행 허가 방식을 보다 명확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 직무대리는 "불분명한 기준으로 인해 공무원 개인의 재량으로 특정 허가권을 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며 "대기업이 편법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명확한 방어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꺼내 든 잔꾀에 걸려든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탁상행정이 골목시장 상인들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