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세월호] 미스터리의 핵심은 '朴 대통령 7시간'

[의혹의 판도라상자①] "경내에 있었다" 해명 불구…의문은 여전

'잊지 않겠다'고 그토록 다짐했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벌써 기억 저편의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7·30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여야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쫓기듯이'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유가족들은 '망각'을 위한 또 다른 야합일 뿐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망각'의 대한민국…. 세월호마저 '망각'의 제물이 되고 말 것인가?[편집자주]



여야가 오는 13일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하고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내부의 이견과 유가족들의 반발로 이 합의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야당 내부와 유족들이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특별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진상조사위원회로는 세월호 관련 핵심 의혹을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 핵심 의혹 가운데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다. 국회 운영위와 국정조사특위의 그동안 활동 결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일인 지난 4월 16일 오전 10시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첫 보고를 받는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서면보고였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그 뒤 7시간이 지나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지금 5시가 넘어서 일몰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어떻게든 일몰 전에 생사 확인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든가"라며 안타까워 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고 당일에 특별한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500명이 넘는 승객들이 탄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는데도 첫 보고 이후 7시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설사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일정이 있다 손 치더라도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고려하면 모든 일을 중단하고 신속하게 청와대 집무실에 위치했어야 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안전사고에 대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신경을 써왔던 대통령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 7시간 동안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비서실로부터 서면·유선으로 24차례 보고만 받았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김기춘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도 이날 오후 4시에나 열렸다.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받은 24차례의 서면·유선보고의 내용과 이에 따른 대통령 지시사항 등이 소상히 밝혀져야 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이 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도 알권리 차원에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보안 등을 이유로 어물쩍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7시간을 두고 일본 언론에서 이상한 의혹을 제기하고, 이게 다시 국내에서 회자 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지난 8일 "박 대통령이 사고 당일에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그 때 어디 있었는지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난번(7월 7일) 국회 운영위 답변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실장은 지난달 운영위에 출석해 "박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데 서면보고를 하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위치는 알지 못한다. 비서실장이 대통령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경내에 계시면 어디든지 대통령 집무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의문의 시작일 뿐이다. 청와대에 있었다면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길래 수백 명이 탄 배가 가라앉는 데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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