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2사단에서는 엄 모 상병이 후임병 4명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성추행을 자행했으며, 윤 일병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지난 4일에도 폭행이 이뤄졌다. 육군 3사단에서는 한 모 상병이 불과 며칠 전까지 후임병들 입에 곤충 넣기와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해충 퇴치기에 손 넣기, 혀로 땅바닥 핥기 등의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해병대에서는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 뒤인 지난 6월 전입 두 달밖에 안 된 이등병에게 변기를 핥도록 하는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있었다. 해병대는 내부 징계만 했을 뿐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도 않았다. 공군에서도 지난 6월 전입 닷새 만에 자살한 이등병이 죽기 하루 전 선임병에게 10시간 동안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에서는 선임병의 괴롭힘을 당하던 한 병사가 부대 간부들에게 전출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자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나선 젊은이가 불과 몇 달 만에 극도의 공포 속에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하며 숨졌고, 이런 유사 사례가 전 군에 넘쳐나는데도 군 당국은 쉬쉬하며 일부의 일탈 행위로만 여겼다. 윤 일병 사망 사건 직후 국방장관의 특별지시가 하달되고, 35년 만에 폭행·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육군 일반명령이 발령됐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구타가 사라지고 군대가 좋아졌다고 자랑하며 오히려 병사들의 정신력 해이를 걱정했던 게 군 수뇌부다. 그런데도 육군참모 총장 해임으로 군 수뇌부의 책임은 끝났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윤 일병 사망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자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들고, 국방부도 8일 전 장병을 대상으로 특별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필요한 조치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볼 수 없다. 더 이상 군 내부에 폭행과 가혹행위가 발붙일 수 없는 특단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육군참모총장의 사퇴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까지 올라가야 한다. 윤 일병 사건의 전모를 보고 받고도 이를 은폐한 의혹이 있고, 윤 일병 사건 이후에도 폭행과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데는 당시 국방장관이 사건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