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은 "법적 근거 없이 이동을 막고 있다"고 거칠게 항의했지만, 경찰은 "집시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유가족들이 탄 버스를 국회 출입문에서 막아세웠다.
8일 오전 9시쯤 유가족 수십명은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을 벌이기 위해 버스 세 대에 나눠 타고 의원회관 쪽 국회 남문에 도착했다.
하지만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버스 출입문을 막고 유가족들이 내리는 것을 막아섰다.
일부 버스에서 내린 유가족을 경찰 수십 명이 둘러싸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유가족들은 "왜 못 내리게 하냐구요"라고 소리쳤지만 소용 없었다.
오전 내내 이어진 대치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도 벌어졌다.
안산 단원고 희생자 고 이은별 양의 가족은 출입문에서부터 단식 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국회 본청까지 혼자 걸어가다가 경찰관 10여 명에게 가로막혔다.
이 양의 학생증을 목에 걸고 있던 가족은 "자식을 바다 속에 넣어봐라.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여성 경찰관 3명이 그 말을 듣고 멈칫하자, 이번에는 한 남성 경찰관이 양팔을 겨드랑이에 붙인 채 이 양의 가족을 막아섰다.
그리고선 여성 경찰관들에게는 "뭐해요? 안 막고"라고 다그쳤다.
이 광경을 보고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실 보좌관 등이 달려와 "보내드리세요"라며 경찰관들을 제지하고 나섰다.
현장 책임자인 김상철 영등포경찰서 서장이 와서 "보내드려"라고 한 뒤에야 상황은 종료됐다.
김 서장은 직원 일부를 모아놓고 "똑바로 좀 해라. 그것도 못 막냐. 검문검색 철저히 해라"고 질책했다.
이후 국회 남문 출입구를 지나는 모든 사람과 차량에 대한 경찰의 검문검색이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한 야당 의원을 알아보지 못한 경찰관이 "어디 가십니까?"라고 하다가 동료 경찰관이 "OOO의원도 모르냐"고 옆구리를 찌르는 모습도 취재진에 목격됐다.
오후 1시 현재 가족들이 타고 온 차량은 여전히 국회 담벼락 밖에 세워져 있고, 유가족 가운데 여성들은 국회 의원회관 안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이 허용됐을 뿐이다.
현재 야당 의원 10여 명과 보좌관들이 대치 현장에 나와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유가족들은 국회 정문과 국회도서관 출입문 등으로 돌아가서 국회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