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8일(한국 시각) 미국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 원정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탈삼진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팀이 6-0으로 넉넉하게 앞선 8회말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제이미 라이트에게 넘겼다.
다저스가 7-0으로 이기면서 류현진은 시즌 13승째(5패)를 달성했다. 평균자책점(ERA)도 3.39에서 3.21까지 낮췄다. 팀 내 다승 공동 1위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3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괴물 타자' 마이크 트라웃(23)과 승부에서 완승을 거뒀다. 트라웃은 향후 10년 동안 메이저리그(MLB)를 주름잡을 거물로 꼽힌다. MLB 4년 차에 불과하지만 2012년과 지난해 MVP급 활약을 펼쳤다.
첫 풀타임 빅리거가 된 트라웃은 2012년 139경기 타율 3할2푼6리 83타점 129득점에 30홈런-49도루로 '30-30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는 157경기 타율 3할2리 27홈런 97타점 109득점 33도루의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다. 비록 최고 타자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에 2년 연속 MVP를 내줬지만 그에 버금가는 활약이었다.
다저스 좌우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도 트라웃을 막지 못했다. 트라웃은 5일 1회 그레인키를 상대로 결승 1타점 2루타를 뽑아냈고, 추가 득점을 올렸다. 그레인키는 1회만 4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커쇼도 6일 트라웃에게 2루타 포함, 2안타 1득점을 내주는 등 고전하며 승리가 무산됐다. 비록 팀은 이겼지만 커쇼는 당대 최고 투수와 타자의 대결에서 밀렸고 경기 후 "트라웃은 좋은 타자"라고 인정했다.
▲통산 7타수 무안타…4회 정면 승부로 삼진 '압권'
그런 트라웃이었지만 류현진에게는 꼼짝을 못했다. 류현진은 1회 첫 대결에서 시속 134km 체인지업으로 트라웃의 타이밍을 빼앗아 유격수 뜬공을 유도했다.
4회가 압권이었다. 류현진은 선두 타자 트라웃과 풀 카운트 접전에서 당당하게 정면승부를 택했다. 151km 속구를 바깥쪽으로 찔렀고, 트라웃이 힘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변화구를 예상한 듯 스윙이 늦었다.
6회도 류현진은 트라웃을 능숙하게 요리했다. 1사 1루에서 150km 속구로 평범한 3루 땅볼을 유도해 선행 주자를 아웃시켰다. 류현진은 이후 2사 2, 3루 위기를 중견수 야시엘 푸이그의 슈퍼 캐치의 도움까지 얻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지난해도 류현진은 트라웃을 꽁꽁 묶었다. 5월 29일 홈 경기에서 류현진을 트라웃을 4타수 무피안타 1탈삼진으로 봉쇄했다. 데뷔 첫 완봉승까지 일구며 기쁨이 더했다.
1년여가 지나 류현진은 또 다시 트라웃을 압도하며 상대 기를 꺾었다. 중심 타자가 맥을 못춘 에인절스는 또 다시 류현진에게 무기력하게 끌려갔다.
더욱이 이날은 트라웃의 23번째 생일이었다. 앞서 트라웃은 2년 연속 자신의 생일에 모두 홈런을 때려냈다. 2012년 텍사스전에서 홈런 포함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고, 지난해 오클랜드 원정에서도 솔로포를 날렸다.
그러나 류현진을 상대로는 침묵했다. 올해 MVP 가능성이 높은 트라웃의 생일을 류현진이 망쳐놓은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