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제재국産 제품 수입 금지 조치 미칠 파장은

전체 수입 품목 10% 타격. 공급차질·가격 인상 등 우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對)러시아 제재 참여 국가들의 농산물과 식품 수입을 금지하는 강경 대응 조치를 취하면서 이번 조치가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러시아 정부의 관련 기관이 구체적 제재 대상국과 품목 목록을 발표하지 않아 이번 조치의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러시아와 서방 모두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보복 조치 대상국은 제재를 주도한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외에 이에 동참한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일본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 품목은 주로 미국산 소고기와 닭고기, 유럽산 유제품 및 과일·채소, 일본산 수산물 등으로 예상된다.

현지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7일(현지시간) 자체 확보한 수입 금지 목록을 근거로 제재 품목이 전체 수입 품목의 10%, 연 40억 달러(약 4조1천5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일과 채소, 유제품, 일부 육류 및 생선, 곡류 등이 제재 목록에 들어갈 것이라먼서 다만 와인과 어린이용 식품은 제외될 것이라고 전했다.

알렉세이 알렉세옌코 농산물감독청 청장 보좌관은 전날 푸틴 대통령의 명령이 발표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닭고기를 포함한 미국산 농산물과 EU의 과일 채소 수입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러시아 내 농산물 및 식료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등의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내 수요의 70%를 수입하는 과일과 30%를 수입하는 육류가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한 서방 외교 소식통은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을 추가로 고조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유럽 생산자들과 러시아 소비자 모두에게 수십억 유로의 손실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소비자들은 질 좋고 값싼 유럽산 제품을 대체하기 위한 운송비 증가 등으로 식품 가격 인상이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정치적 동기의 대규모 수입 금지는 러시아가 준수를 약속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의 직접적 위반"이라며 "이 조치를 면밀히 분석해 WTO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U가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반면 일부에선 수입금지 조치의 충격이 우려한 만큼 크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국내 수요 증대로 러시아 생산업자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도 내놓고 있다.

러시아 하원 예산세제위원회 제1부의장 옥사나 드미트리예바는 "상점 진열대가 비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어디서 수입한 어떤 질의 상품으로 채우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관계당국은 육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채소와 과일은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식품은 칠레와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 운영자로 크렘린 외곽 정치조직 '전러시아국민전선' 집행부 위원을 맡고 있는 예브게니 트레티야코프는 "이번 조치가 국내 수요 확대에 따른 공급 증대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자들은 유해 물질이 없는 농산물을 먹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려되는 만큼 큰 가격 상승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립 금융대학 러시아-중국 센터 소장 니콜라이 코틀랴로프는 "EU와 미국산 수입품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질 양계 업계는 벌써 "추가로 15만t의 닭고기를 러시아로 수출할 여력이 있으며 이는 미국 공급량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당장 수입 국가들을 대체하고 새로운 수송망과 유통망 등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수입 금지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 등의 영향으로 러시아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