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민간인 희생 둘러싸고 이-팔 '숫자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무장정파 하마스가 장기 휴전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지만, 한편에서는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 숫자를 놓고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에 나서면서 하마스의 땅굴과 로켓 발사장 파괴를 명분으로 삼은 만큼 민간인 인명피해 상황에 따라 이번 충돌의 성격은 물론 이스라엘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망자 숫자나 분류 기준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커 쉽게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팔레스타인은 한 가족이 집에서 몰살당하거나 피란처인 학교에 대한 공격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이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려고 일부러 민간인을 희생시켰다며 사망자 숫자도 은폐하거나 속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지난달 6일부터 5일까지 한 달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을 1천865명으로 집계했다.

이 중 18세 미만이 429명, 60대 이상이 79명이고 243명이 여성이다. 하지만 민간인인지 전투원인지는 분류하지 않았다.


유엔(UN)은 사망자를 1천814명으로 집계하고 이 가운데 최소 72%가 민간인인 것으로 파악했다. 가자 지역에 있는 인권단체들은 민간인 희생자 비율을 82∼84%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테러리스트' 900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치인들도 자국 반테러단체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사망자의 47%가 전투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초기 공습 당시 사망자 152명만을 분석한 결과다.

사망자 중 전투원의 비율이 이스라엘의 주장대로 47%인지, 아니면 가자지구 인권단체들의 집계대로 16∼18%인지는 이번 분쟁의 성격을 뒤바꿀만큼 차이가 크다고 NYT는 지적했다.

언론이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통계는 유엔의 집계다. 유엔은 인권단체들의 통계를 상호 참조하는데 구체적인 숫자와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유엔의 마티아스 벤케는 "가자에서는 모두가 모두를 알기 때문에 사망자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며 "단체들이 밖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숫자는 아니며 확인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정보를 수집하는 알메산인권센터의 현장 활동가 사미르 자쿠트는 보건 당국의 자료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센터의 활동가 10명은 가자에 있는 13곳의 병원과 5곳의 시체 안치소에서 직접 명단을 수집하고 실제 공격이 발생한 곳으로 가 인터뷰를 통해 전범기소를 위한 설문지의 세부 항목을 채워넣는다.

누구를 전투원으로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하마스 조직원 중에도 제복을 입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이스라엘 파괴를 목적으로 밝히는 단체와 연관된 사람이면 누구든 전투원이라고 보는 것은 이스라엘 측 주장에 가깝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사라 리 윗슨은 "이스라엘의 정의는 엄밀하게 정확하지 않다"며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군사적인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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