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종이봉투에 8센트(약 10원)짜리 우표가 붙어있고 각각 1945년 7월과 8월 소인이 찍힌 편지였다.
70년 만에 배달된 이 편지의 발신인은 샌디에이고 코로나도 해군기지 소속의 앨 프래거키스, 수취인은 도로시 바토스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바토스는 오래 전 이 집을 떠났고 현재 살고 있는 마사 로드리게스(38)가 편지를 받았다. 편지는 이미 뜯겼다가 테이프로 재봉합돼 있었다.
편지에서 프래거키스는 바토스를 '버그스'(Bugs)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당신은 나의 마지막 여인이다. 당신에게 굿나잇 키스를 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 눈앞에는 야자수가 줄지어 늘어 서 있고 장교 관사에서는 달콤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아름다운 풍광이 나를 더 외롭게 한다"고 털어놓았다.
또 그는 "컵에 스푼을 넣은 채 커피 마시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푼이 눈을 찌르지 않도록 하는 특별한 장치를 고안해냈다"며 "특허를 신청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영문을 알기 위해 편지를 꺼내 읽은 로드리게스는 "사연의 주인공들이 아니면 그 자손에게라도 편지를 전달하겠다"며 지역언론에 도움을 요청하고 이들을 찾아나섰다.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리노이주에 사는 해당 연령대의 도로시 바토스 3명을 찾아냈지만 이들은 해군과 연애한 일이 없다고 했다.
6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편지 주인공 바토스는 일리노이주와 이웃한 위스콘신주의 한 노인 요양원에 살고 있었다.
바토스의 아들 팀 칼버그가 전날 보도된 트리뷴 기사를 읽고 어머니가 소녀시절 살았던 집 주소를 확인해본 결과 편지 수취인 주소와 일치했다.
열여섯 살이던 바토스는 여든다섯의 노인이 됐지만 프래거키스 이름을 듣고는 곧바로 그를 기억했다.
바토스는 "그는 매우 멋진 사람이었다. 같은 동네에 살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군에 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바토스는 1950년 8월 대학 동창 빅터 칼버그와 결혼해 여섯명의 자녀를 낳았다. 그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2012년 남편과 사별했다.
편지는 70년 만에 수취인 손에 도착했지만 편지를 쓴 프래거키스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우편 당국은 "이 편지는 지난달 14일 시카고 남부의 한 우체통에 투입됐으며 봉투가 많이 훼손돼있어 큰 봉투에 다시 담아 주소지로 배달했다"고 밝혔다.
우편국 관계자는 "이런 편지는 누군가 새로 구입한 중고품이나 집 한구석에서 발견하고 우체통에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