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내놓은 '착용형 기기 관련 개인정보보호 법·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착용형 기기가 장소·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각종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정보의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착용형 기기의 출하량은 올해 1천920만대에 이르고 향후 5년간 연평균 78.4%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구글 안경은 보는 것을 그대로 녹화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구글 안경의 '네임 태그'(NameTag) 기능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는 누군가의 사진을 촬영해 전송하면 인터넷상에서 이 사진과 일치하는 개인의 프로필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당사자의 허락 없이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 침해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미국의 한 상원의원은 "네임 태그로 특정인을 식별하고자 할 때는 네임 태그 사용에 동의한 자들로 그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며 구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2월 구글 안경을 착용한 한 여성이 샌프란시스코의 한 술집에서 신체·언어 폭행을 당한 것은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를 대변한 사건이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착용형 기기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를 막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Data Protection Act)에 착용형 기기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홍보 또는 사업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명시했다.
아울러 폐쇄회로TV(CCTV) 지침 개정안에 '몸에 착용하는 영상 카메라' 항목을 신설하고 이를 이용할 때 ▲ 녹화된 당사자에 대한 적절한 정보 제공 ▲ 촬영된 영상의 보안 유지 ▲ 제3자와 영상 공유시 정보공유협정 준수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호주는 법제개혁위원회가 펴낸 '디지털시대에서의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보고서에서 촬영 대상의 움직임과 녹화 범위, 당사자의 녹화 인지 여부 등에 따라 법 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착용형 기기의 사생활·개인정보보호 침해 가능성에 대한 법·제도 정비 논의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태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은 CCTV 및 네트워크 카메라(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범죄 예방 수사, 교통단속 등 예외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착용형 기기는 '고정 설치돼 일정한 장소를 지속적으로 촬영'하는 영상정보처리기기에 해당되지 않아 법적으로 기기 사용을 제한하기 어렵다.
또 사생활·초상권 침해 등 구체적인 침해 사실이 있거나 수집된 영상이 음란물일 경우 정보통신망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는 사후 조처로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
보고서는 "기술의 발달로 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착용형 기기에 대해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용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착용형 기기는 개인정보·사생활 침해 문제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법·제도적으로 어떤 미비점이 있는지 앞으로 구체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