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묻힌 군인범죄 작년 7천530건…5년새 최다

70%가 일반 형사사건…'고을 원님식' 사면 남발에 군사법원 역할 논란

'윤일병 사망 사건'의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해 군인범죄가 5년 새 최다인 7천530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70%가 군 특수성과 관련이 없는 폭행, 성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이어서 이런 사건들까지 군사법원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7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군검찰에서 다룬 군인 관련 사건은 7천530건이었다. 이는 2012년 6천946건보다 8.4% 증가한 것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최근 수년 동안의 군 검찰 사건 추이를 살펴보면 2009년 7천448건, 2010년 6천627건, 2011년 7천53건, 2012년 6천946건, 작년 7천530건 등이다.

신분별로는 일반 병사가 연루된 사건이 61.4%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사관 25.8%, 장교 9.6% 순이었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음주운전이나 도로교통법위반 같은 교통범죄가 1천664건으로 가장 많았고 폭행이나 상해 같은 폭력범죄가 1천644건으로 뒤를 이었다.

성폭행이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 성 관련 사건도 543건에 달했다. 사기·공갈이 542건, 절도·강도가 524건, 횡령·배임 105건이었다.

그러나 군사기밀보호법이나 국가보안에 관련된 것은 15건에 불과했다.

탈영이나 군용물범죄, 군인들 간 추행 같은 군의 특수성이 반영된 범죄는 1천94건으로 전체의 14%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의자의 신분만 군인일 뿐 군의 특수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반 형사사건까지 민간법원이 아닌 군사법원에서 다루는 게 적절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군사법원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장교가 재판장을 맡는 경우가 많고, 이들은 사실상 사단장에 예속돼 있어 법적 전문성과 재판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지휘관이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형량을 마음대로 깎아줄 수 있는 '확인조치권'이라는 초법적 권한을 보유한 점도 문제다.

군 법무관 출신의 한 판사는 "같은 범죄라도 군사법원 처벌이 민간법원보다 약한 경우가 많은데 사단장의 지휘를 받는 비법률가가 재판에 관여하고, 확인조치권이라는 감경권이 사용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만 33명이 이런 '고을 원님식' 사면권의 혜택을 받았는데, 24명이 형량의 2분의 1 미만, 9명은 2분의 1 이상을 감경받았다.

이 판사는 "법률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법연수원 출신이나 군법무관 시험을 치른 군판사가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재판부 구성원 3명 중 1명인 일반 장교가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 장교들은 아무래도 자기 부대에서 일어난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군 법무관 출신 판사도 "사단장이 검찰은 물론 군사법원 판사까지 지휘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재판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전쟁 상황도 아닌 평상시라면 일반 형사사건은 민간법원에서 재판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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