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OECD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세전 빈곤율은 0.173%로 OECD 27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러나 세후 빈곤율은 0.149%로 이스라엘, 칠레, 스페인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세금만 뗐을 뿐인데 OECD 국가에서 가난한 인구가 많은 나라 중 하나가 돼 버린 것이다.
빈곤율이란 중위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겨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의 절반도 못 버는 빈곤층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한국의 세전 빈곤율과 세후 빈곤율 차이는 0.024%포인트로 OECD 회원국 중 최저치다. 그만큼 조세를 이용한 빈곤율 개선 폭, 즉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세전 빈곤율은 0.284%로 한국보다 높았지만, 세후 빈곤률은 0.108%로 한국보다 0.041%포인트 낮아졌다.
프랑스의 세전 빈곤율(0.347%)과 세후 빈곤율(0.079%) 차이가 0.268%포인트로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한국의 세전-세후 빈곤율 차이보다 11배나 큰 수치다.
핀란드(0.249%), 독일(0.235%), 룩셈부르크(0.234%), 벨기에(0.226%) 등 주로 유럽 국가에서 조세 체계의 소득 불평등 기여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조세 체계는 소득 재분배 기능도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소득 계층에 대한 적극적 과세 등 세제를 통해 지니계수가 낮아지는 정도를 따져보면, 한국은 0.03포인트로 OECD 국가 중 칠레(0.02포인트) 다음으로 낮았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세전 지니계수는 0.34, 세후 지니계수는 0.31이었다.
아일랜드(세전 0.59→세후 0.33), 영국(0.52→0.34), 일본(0.49→0.34)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소득세 부과 이후 지니계수가 0.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한국에서 조세의 불평등도 개선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기부금, 교육비, 보험료 등 고소득 계층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큰 소득공제 제도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9년 기준으로 소득공제 전체 규모 가운데 상위 20%가 32.9%를 차지했고, 하위 20%는 10.2%에 불과하다. 고소득자에 대한 비과세 감면 혜택이 그만큼 큰 것이다.
이런 지적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세제를 개편하면서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소득기준을 3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대폭 낮추는 등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일부 소득공제 제도는 세액공제 제도로 개편해 고소득자가 소득공제를 많이 받는 조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는 이런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올해 세제 개편안은 조세 제도를 통한 소득 재분배보다 시장을 활용해 가계 소득 자체를 증대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로 인한 세수 확충 또한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