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와 폭행으로 끝내 숨진 윤모(21) 일병도 육군훈련소에 입대할 당시만 해도 "앞으로 남은 일정과 훈련, 역경을 이겨내고 '진짜 사나이'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윤 일병 수사기록 중 입대 직후 훈련소에서 윤 일병이 직접 작성한 지도기록부를 살펴보면 자신의 앞에 펼쳐진 군 생활에 대한 각오와 고민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윤 일병은 '군대는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새로운 환경이자 저를 조금 더 많이 성장시킬 수 있는 곳"이라며 "영어 공부와 몸 만들기에 힘써 멋진 사나이가 되겠다"고 기대했다.
간호학과인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의무병으로 입영했다며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문장을 거듭 반복해 적기도 했다.
자신의 장점으로 '성실함'을 꼽으며 성실한 자세로 "선임과 상관에게 사랑받겠다"는 다짐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상관이 나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내가 그만큼 상관들을 존경하고 따르며 상관과 선임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누구보다 성실히 임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자살을 고민한 적 있냐'는 질문에도 "자살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눈앞의 역경을 이겨내고 군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것"이라는가 하면, "어떤 일이 나에게 발생할지 모르지만, 차분함을 되찾고 평정을 되찾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윤 일병은 오히려 군대에 하나뿐인 늦둥이 아들을 보내고 걱정할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 일병은 "이제 가족의 가장 큰 문제는 저의 군 생활이 될 것"이라며 "그만큼 염려 끼쳐드리지 않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어머니, 아버지께 21년 동안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아 이제는 보답하며 살고 싶다"며 "가족이 나를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쓰기도 했다.
당시 윤 일병을 면담한 장교와 부사관은 "조용하지만 잘 웃고 표정이 밝으며 착실하게 생활하는 인원"이라며 "면담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잘했고 부대적응에 문제없을 거라 판단됨"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혹행위와 폭행으로 얼룩진 군 생활 끝에 윤 일병은 입대할 당시 바라던 '진짜 사나이' 대신 싸늘한 시신이 되어 가족을 마주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