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군정 피랍아기생환운동 할머니 36년만에 외손자 찾아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납치·실종된 아기들을 찾아주는 인권운동단체를 이끌어 온 할머니가 마침내 자신의 외손자를 찾았다. 딸이 손자를 낳고 숨진 지 36년 만이다.

5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AF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5월 광장 할머니회' 대표인 에스텔라 카를로토(83) 여사는 이날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납치됐던 외손자의 신원을 확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좌파 무장단체에 속했던 카를로토의 딸 라우라는 1977년 임신 3개월의 상태에서 포로수용소에 갇혔다. 군부독재정권(1976∼1983)이 좌파·반체제 인사를 탄압했던 '더러운 전쟁' 시절이었다.


라우라는 1978년 6월 수용소에서 아들 기도를 낳은 뒤 살해됐으며 기도는 강제 입양됐다.

카를로토는 이때부터 필사적으로 외손자를 찾아다녔다. 수소문 끝에 기도의 생부를 찾아냈고, 기도를 찾았을 때를 대비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혈액 샘플을 혈액은행에 기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달 전, 자신의 정체성에 의심을 품고 있던 기도가 직접 찾아왔고 유전자 검사 결과는 99.9% 일치였다. 군인 가정에서 자란 기도는 이그나시오 허르반이라는 이름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서쪽으로 350㎞ 떨어진 올라바리아에 살고 있었다.

카를로토는 단체 본부에서 가족과 동료에게 둘러싸인 채 환하게 웃으면서 "기도를 안아보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았다"며 "여러분과 신, 생에 감사하다"고 기쁨을 표했다.

그는 다른 손주들과 마찬가지로 기도도 음악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라우라도 하늘에서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를로토는 "전화 통화에서 기도가 자신은 기쁘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우리 가족은 기도가 우리를 만날 준비가 될 때까지 평온하게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1976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호르헤 비델라의 집권 기간 3만여 명이 납치,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기간 유괴된 좌파 운동가나 반체제 인사의 자녀 500명은 군경 가족에 강제로 입양됐으며, 자기 부모를 죽인 사람에게 길러진 일도 있었다.

'5월 광장 할머니회'는 이 아기들을 찾아 가족에게 되돌려주는 운동을 벌여왔으며, 기도는 할머니회가 찾은 114번째 실종 자녀다.

카를로토는 "다른 할머니들도 내가 오늘 느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나머지 아이들을 찾는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를로토 여사의 이야기는 2011년 영화 '베르다데스 베르다데라'(진정한 진실)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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