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 수석보좌관, 위안부 얘기에 눈물 뚝뚝"


-할머니와 사진찍고 트윗으로 알려
-할머니 "日, 우리 죽기만 기다린다"
-위안부 관심갖는 美의원 늘고 있어
-할머니 증언, 美대외정책 변화계기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대담 : 김동석 (美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최근 뉴욕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 맞춰서 미국을 찾은 두 분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미국의 백악관 그리고 미 국무부 관계자들을 이틀에 걸쳐서 만났다고 합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는데요. 이번 면담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군 위안부 관련 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까요. 위안부 할머니들과 회동에 배석했던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를 연결하겠습니다.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 김동석> 네, 안녕하세요. 뉴욕입니다.

◇ 박재홍>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을 만나셨는데요. 언제 보신 건가요?

◆ 김동석> 지난 30일 오후 4시에 할머니 두 분을 모시고 백악관 담당자와 미팅을 했고요. 국무부는 그 이튿날인 31일 오전에 했습니다.

◇ 박재홍> 그 자리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건데요. 처음 만난 거 아니겠습니까? 그 의미가 정말 큰데, 백악관이 왜 이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을까요?

◆ 김동석> 일단 이번 미팅은 위안부 할머니 두 분의 증언을 담당 부서의 담당자가 직접 청취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미국 내 공공정책관. 우리 같으면 아마 시민사회의 수석비서관 같은 정도의 분인데요. 이분이 보좌관과 같이 나와서 이걸 다 들으셨습니다. 그러니까 이옥선 할머니가 이거 들어줄 건가,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할머니가 ‘지난 4월에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이 얘기를 하셔서 너무 고맙다. 그래서 도와줄 것 같은 기대를 갖고 왔다.’ 이렇게 말씀을 시작해서 이 미팅이 진행됐습니다.

듣고 있던 수석보좌관이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아마 이런저런 뉴스는 들었겠지만, 피해자 할머니한테 직접 생생하게 들으면서 계속 눈물을 흘리며 굉장히 충격을 받는 모습을 제가 옆에서 봤고요. 그리고 이분이 사실은 집무실 안에서 사진을 찍는 게 허용이 안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할머님과의 만남이 백악관에 있는 자신한테 무슨 소명이 있는 것 같다' 라는 얘기를 하면서 사진을 찍었고요. 자기 트위터에 올렸기 때문에 이 사진이 세상에 알려져서 지금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다음 단계로 들어갈 때까지는 조용히 추진을 하고 싶었는데요. 보좌관 본인이 ‘두 할머니가 내가 백악관에 있는 이유를 알려줬다.’ 이런 의미의 말을 하면서 트위터에 올렸기 때문에 알려질 정도로 아주 백악관 미팅이 잘 됐습니다.

폴레트 엔이스코프 백악관 공공관여국장(뒷줄 왼쪽 두번째)이 지난달 30일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 등과 면담 후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시민참여센터 김동석 상임이사 제공)
◇ 박재홍> 방금 폴레트 엔이스코프 백악관 공공관여국장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또 의미 있는 발언들, 어떤 게 있었을까요?

◆ 김동석> 그렇습니다. 할머니들이 그러셨어요. 한 할머니가 ‘우리 다 죽어가고 있는데 일본은 우리만 죽기를 기다리고. 우리가 죽으면 여기서 이렇다 하고, 저기서 저렇다 하고 어떻게 진실이 밝혀지겠느냐. 시간이 없다.’ 아주 강한 메시지를 전했어요. 그러니까 ‘거기에 동의한다. 바로 이것을 가지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신 건, 대통령이 이걸 다 알고 있는 거다. 미국 시민들이 지금 기림비를 세우고 이런 활동하는 것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걸 우리가 빨리 추진하겠다.’ 이런 약속을 갖고 나왔습니다.

◇ 박재홍> 백악관에 근무하시는 분이니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이러한 소식들이 바로 전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사실 한일관계가 일본의 평화헌법 수정이라든지 혹은 자위대 문제라든지, 이런 문제 때문에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인데요. 따라서 위안부 문제를 건드릴 경우에 미국이 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 김동석> 이것이 한국과 일본 간의 문제만이 아니고 국제 이슈이기 전에 인권의 문제고요. 미국 헌법에 규정한 미국 가치에 합일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미국 시민의 문제기도 하고, 미국이 이런 문제를 풀 의무가 있다 라는 이런 내용으로 지금 미국 주류 정치권을 움직이고 행정부에 접근한 것이고요.

한·미·일 관계가 진짜 좋으려면, 일본은 적어도 인권문제인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있는 할머니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라. 이런 부분은 아마 미국이 안보 문제와 관계없이 속도 있게 해결해 나갈 수 있겠다, 이런 기대를 최근에 들어서 많이 갖게 되고요. 특히 인권문제로 여기에 관심을 갖는 의회의 상·하원 의원들이 점점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그렇다면 미국의 대일정책에 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할 수 있을까요.

◆ 김동석> 사실은 백악관 고위 관리가요. ‘이 부분은 국제관계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음번에 이런 걸 다시 우리가 회의한다고 그러면,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와 같이 미팅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이런 언급도 잠깐 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쨌든 살아계신 할머니의 증언이 굉장히 강하게 어필을 했고요. 담당하는 사람이 의지를 갖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런 희망을 갖게 됩니다.

◇ 박재홍> 우리 위안부 할머니 두 분의 백악관 그리고 미 국무부 관계자와의 첫 번째 만남. 굉장히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이 만남 이후에 어떤 말씀들을 하셨나요?

◆ 김동석> 여하튼 '미국이 해결해야 될 것 같다' 라는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고요. 그리고 우리가 살아 있을 때가 아니면 어떻게 해결이 되겠는가. 이 부분을 굉장히 강조하셨습니다. 사실 옆에서 볼 때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할머니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할머니들이 이 일을 잘하시도록 잘 보살펴주고 보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 이런 걸 말씀드렸고요. 할머니 두 분이 그런 의지를 분명히 갖고 계셨습니다.

◇ 박재홍> 시간이 얼마 없다는 두 할머니의 말씀. 그리고 소명의식을 갖게 됐다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 이 말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김동석> 네. 안녕히 계십시오.

◇ 박재홍>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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