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최근 해외여행이 보편화하면서 나라 밖에서 감염된 채 귀국해 홍역·뎅기열 등을 전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여행객들에게 출국에 앞서 여행지에서 유행하는 감염병 예방접종을 마치고, 여행 중에는 물·음식·모기 등에 특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 홍역·뎅기열·말라리아 등 해외로부터 유입 급증
6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모두 410명이 국내에서 홍역 확진을 받았다. 이 같은 환자 규모는 지난해 전체 환자 수(107명)의 3.8배에 달한다.
감염 경로에 따라 나눠보면, 14명은 해외에서 옮아 국내에서 확인된 경우였고 352명은 이들 해외 감염자로부터 시작된 '국내 2차 전파' 과정에서 홍역에 걸렸다. 사실상 410명 가운데 약 90%가 '나라 밖'에서 바이러스가 유래한 셈이다.
주로 모기를 통해 원인 세균과 바이러스가 퍼지는 말라리아·뎅기열도 마찬가지이다. 말라리아가 해외로부터 유입된 사례는 2010년 이후 매년 50명을 웃돌다가 지난해 60명에 이르렀고,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34명의 해외 감염 후 귀국자가 확인됐다. 뎅기열에 걸려 들어온 경우도 2010년 125명에서 지난해 251명까지 늘었다.
이 밖에 지난해 필리핀·중국 등에서 A형 간염에 걸려 입국한 사람이 18명, 인도·캄보디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세균성 이질에 걸려 들어온 사람도 65명이나 있었다. 장티푸스·수두·매독 해외 감염자도 각각 14명, 12명, 9명 보고됐다.
◇ 황열 예방접종은 출국 10일 전…중동 성지 순례하려면 수막구균 예방접종 필수
해외여행 중 감염을 예방하려면, 우선 세계 각 지역에 어떤 종류의 감염병이 유행하는지 알아야 한다.
우선 홍역은 현재 중국(감염자 3만2천여명)·베트남(2천여명)·필리핀(1만여명) 등에서 퍼지고 있다. 뎅기열은 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에 흔하다. 말라리아는 동남아뿐 아니라 적도기니·가나 등 아프리카 지역, 남아메리카 오지를 여행할 때 주의해야 한다. 뎅기열·말라리아와 마찬가지로 모기가 퍼뜨리는 황열 바이러스는 대체로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유행하고 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현재 거의 모든 대륙에 퍼져 있고, 장티푸스 역시 필리핀·태국 등 동남아 감염 사례가 많으며 오염된 물과 음식에 노출되면 세계 어디에서라도 걸릴 수 있다.
예정 여행지에서 흔한 감염병을 확인했다면, 되도록 관련 예방접종을 받고 떠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황열 예방접종은 전국 13개 국립검역소와 국립중앙의료원, 분당 서울대병원 등에서 가능하다. 다만, 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해 늦어도 출국 10일 전에는 접종을 마쳐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가까운 보건소나 종합병원 감염내과에서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 장티푸스·파상풍·A형 간염(2회 접종) 예방백신도 종합병원이나 동네 병의원 등에서 맞을 수 있다. 콜레라 백신은 주사는 전국 13개 국립검역소에서, 먹는 예방약은 종합병원에서 구해야 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등 중동지역의 이슬람 성지 순례나 중부 아프리카 여행, 미국 유학 등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 접종을 종합병원, 병·의원 등에서 받아야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확실한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감염병도 적지 않다. 최근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에볼라 출혈열, 지난해 가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많은 사망자를 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조류인플루엔자, 뎅기열 등의 원인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방법은 아직 없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백신이 없는 감염병도 많은 만큼, 해외여행 중에는 외출 후와 식사 전 손 씻기, 음식물 익혀 먹기, 물 끓여 먹기, 긴 옷과 기피제 등으로 모기 물리지 않기, 개·닭·오리·낙타 등과 접촉하지 않기 등의 개인위생 수칙만이라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