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앞으로 미국 정부의 위안부 관련 정책의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미국내 한인단체인 시민참여센터 김동석 상임이사는 5일(현지시간) "마이클 혼다 미 하원 의원의 주선으로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87), 강일출(86) 할머니들이 지난달 30일에는 백악관, 31일에는 국무부 관리들과 만났다"고 말했다.
이옥선, 강일출 할머니들은 4일 뉴욕 인근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 맞춰 미국을 방문중이었다.
백악관에서는 폴레트 엔이스코프 공공관여국장이 면담했으며 국무부에선 동아시아태평양국 관리들이 참석했다. 이번 면담에는 김동석 상임이사도 배석했으며 시민참여센터측이 추천한 인사가 통역을 맡았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면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책을 촉구했다. 두 할머니는 "우리는 곧 죽는다"면서 "우리가 살아있을 때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담이 이뤄진 시간 내내 엔이스코프 국장은 눈물을 글썽이는 등 큰 충격을 받은 모습으로 전해졌다.
엔이스코프 국장은 "위안부 할머니와의 만남은 '소명'을 갖게 한다"며 "더 늦게 않게 서둘러 이 문제를 주시하겠다"고 말했다고 김 상임이사는 전했다.
면담 후 엔이스코프 국장은 이례적으로 두 할머니들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주 용감한 위안부 할머니 두분을 만났다"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밝혔다.
이번 면담은 미국 연방 하원이 올해 1월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일본 정부가 2007년 하원 '위안부 결의안'을 준수하도록 독려하라고 촉구하는 조항을 세출법안에 포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국무부가 나서지 않자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특히 위안부 결의안 통과 7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주 한인 풀뿌리 활동 콘퍼런스에 상하원 외교위원장 등이 대거 참석하면서 행정부로서는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이제 미국 의회는 물론 행정부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4일 미국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의 리버티플라자에서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이 거행됐다.
이에따라 미국에는 뉴저지주 팰리세이즈 파크, 뉴욕주 롱아일랜드,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등 2곳,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에 이어 7번째 기림비가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