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찰, 도청혐의 경찰관 2차 검거…33명 연행

터키 사법당국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를 비롯한 주요 인사를 불법 도청한 혐의로 경찰관을 대거 연행했다고 터키 언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검거 작전에 나서 경찰관 33명을 체포했다.


일간지 휴리예트는 이날 체포된 경찰관들은 지난달 22일 연행된 경찰관들보다 대부분 계급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과 경찰은 지난달 검거 작전에서 115명을 연행했으며 이스탄불 지방경찰청 대(對) 테러 담당 국장 등 고위 간부가 대거 포함됐다.

1차로 연행된 경찰 간부들은 검거 당시 수갑을 찬 손을 높이 들어 결백을 주장하고 구속적부심에서 정치적 보복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현재 115명 가운데 31명이 구속된 상태다.

베키르 보즈다 법무장관은 이번 검거 작전이 검찰과 판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번 수사와 정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구속된 경찰관들은 불법 단체 조직과 운영, 간첩, 불법 도청, 공문서 위조 등 여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들 용의자가 테러 조직 수사로 위장해 에르도안 총리와 장관들, 국가정보국(MIT) 국장 등 주요 인사 251명을 2010년부터 불법 도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 언론들은 사법당국이 경찰관을 2차에 걸쳐 대거 연행한 것은 에르도안 총리의 정적인 미국에 자진 망명 중인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의 세력을 숙청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체포된 경찰관 대다수는 지난해 12월 장관 4명과 국책은행장, 집권 정의개발당(AKP)과 가까운 기업인 등을 뇌물 등의 혐의로 검거할 당시 핵심 역할을 맡았던 부서 소속이었다. 귤렌 지지자들은 경찰과 사법부, 언론계 등에 대거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비리사건 수사를 두고 '정부 내부의 평행 정부' 또는 불법 갱단이 정부를 전복하려는 '사법 쿠데타'라고 맹비난하고 검찰과 경찰에 대대적 인사를 단행해 조직 장악에 나섰다.

그는 또 이 사건의 배후로 귤렌을 지목하고 귤렌의 사회운동인 히즈메트(봉사) 회원들이 국가 내부에 비밀조직인 '평행 정부'를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대선을 5일 남겨두고 2차 검거 작전을 벌인 것은 정부가 비리수사를 덮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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